벌(罰)

by 윤타

'자신이 진정 좋아하고 존경하는 스승 크네히트가 일주일 동안 강의와 세미나에서 자신과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마치 공기처럼 대한 일이 있었는데, 자신에겐 학창 시절을 통틀어 그보다 더 아프고 효과적인 벌이 없었다는 것이다.'

-유리알 유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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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면서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같은 조직에 함께 있던 그가 몇 번인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나와 말을 하지도 않았다. 뭔가 좀 이상하다고는 느꼈지만 그렇게 불편하지도 않아서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나를 그렇게 대했던 기간이나 횟수를 대충이라도 기억하지 못한다.

어느 날, 그가 나한테 자신의 행동을 고백했다. 나한테 삐져서 그런 행동을 했으며, 이제 그동안 '서로' 힘들었을 테니 그만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 고백을 듣고 그에게 아주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나는 그 기간(언제인지도 모르는) 동안 힘들지도 않고 불편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앞에 언급한 '유리알 유희' 속의 글처럼,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이 '나'를 없는 사람처럼 대하는 것이 고통이고 징벌이다. 나는 그를 업신여기지는 않았지만 그를 좋아하지도, 당연히 존경하지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나를 공기처럼 대하는 행동이 징벌은커녕 불편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 나를 대하는 그를, 평소와 다름없이 약간은 측은하게 심지어 동정의 마음까지 품으면서 대했던 것 같다. 그 때 그가 나에게 삐졌다고 한 이유를 들었지만,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찮은 이유였다는 이미지만 남아있다.

그가 '나'에게 삐진 이유는 '나'의 오만함 때문일 것이라 짐작한다. 그를 측은하게 보고 배려하는 행동을 했던 것으로 얼핏 기억난다.

진정으로 오만한 것은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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