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23

by 윤타


1.
샤워장에서 나보다 머리가 긴 남자를 만났다. 같은 ‘부족’을 만난 것 같아 반가웠다. 근 10여 년 만이다. 하지만 곧바로 그 감정은 좋은 것이 아니라고 이성으로 억눌렀다.

나와 비슷한 겉모습을 가진 집단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우리’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나와 다른 집단을 ‘그들’이라고 생각하며 분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감정은 이종 공포증(혐오증)을 불러일으켜 나(우리)와 다른 집단을 배척하게 되는 씨앗이 된다.

머리 길이, 피부색, 성별, 몸집에 따라서, 즉 그 겉모습이 친근하거나 친근하지 않다는 이유로 ‘우리’와 ‘그들’이라는 집단으로 분리하려는 생각은 본능적이지만 그래서 야만적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구시민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2.
상급 레인에 초보자가 들어왔는데 놀랍게도 ‘개헤엄’을 친다. 혹시 지적장애인일지도 몰라서 상급 레인에 있는 사람들이 다들 눈치를 본다. 한 아줌마가 못 참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지적장애인은 아니었다. 수영장 매너에 대한 설명을 들은 그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초급 레인으로 옮겼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명절과 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