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건강하려면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도 필요하다."
진보와 보수가, 즉 좌익과 우익 양 날개가 함께 날갯짓을 해야 멀리 날아갈 수 있다는 비유와 함께 자주 회자되는 말이다. 양측을 모두 인정하고 배려하는 합리적이고 '중립'적인 말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말은 "좋은 디자이너가 되려면 디자인을 잘 해야 합니다." "성적을 올리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같은 '정직한' 말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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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는 것을 말한다.
현재의(기존의) 체제는,(‘현재’란 로마시대의 현재, 근대의 현재, 21세기의 현재, 그 당대의 현재를 말한다) 언제나 상대적으로 당대 기득권에게 유리한 시스템이었다. 현재의(당대의) 보수는, 여성의 참정권을 반대했으며, 어린이 노동을 개인의 자유라며 찬성했다.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는 것과 어린이가 노동을 하는 것은 당대의 보수세력에게는 지켜야 할 '전통'이었다.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것은 언제나 당대의 체제를 조금씩이라도 바꿨다는 것을 말한다. 비약하자면 체제를 바꾸지 않고 지키겠다는 것은 더 나은 발전을 막는 것과 같다.
‘보수’란 ‘중립’ 같은 환상에 가깝다.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합리적이고, 양측의 의견을 다 존중하며, 양보할 줄 아는 미덕 같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 보면 결국 ‘중립’은 한쪽 편을 더 유리하게 만들었으며, 유리해진 한쪽 편은 대부분 더 강한 세력이었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겠다는 것은, 의도는 그렇지 않을지라도, 결과적으로는 강한 자의 편이라는 말과 같다. 그리고 ‘대체로’ 강한 세력은 약한 세력을 억압하고 착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