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낮추는 농담, 그리고 반어법을 사용한 농담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남자 둘, 여자 한 명이 술자리를 가졌다.
남자 둘은 봉건시대의 못된 고관대작 흉내를 냈다. 같이 있던 친구(여자) 앞에서 남자 둘만 건배를 하면서 사극 말투를 하면서 놀았다.
"어딜 아녀자가 감히 김대감과 건배를 한단 말이오 ~"
이 '장난'은 길어졌다. 장난의 수준을 넘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친구(여자)는 결국 화를 냈다. 우리는(남자 둘) 크게 혼났다.
우리는 스스로 만화와 음악, 장난을 좋아하는 유쾌하고 재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마초 꼰대와는 거리가 먼, 나름 여성적인 남자들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이런 농담에 해학이 담겨 있으며 남자 꼰대를 역설적으로 비판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우리만의 착각이었다.
우리 역시 이 사회에서 '남자'로 커왔다. 여자의 삶을 경험하지 못했다. 이성적으로는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폭력적인 가부장 사회의 관습에 푹 절어 있는 그저 평범한(생각 없는) 사내애들에 불과했다.
이것은 남녀만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의 문제다. 갑이 을에게 별생각 없이 던지는 농담에도 우월의식이 깔려 있다.
예를 들어, 갑이 을한테 장난으로 '못된 갑'처럼 구는 연기를 한다. 그러면서 본인(갑) 스스로 자신은 이런 못된 갑이 아니며, '못된 갑'을 연기하는 것에 해학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재치 있다고 생각하며 뿌듯해한다. 하지만 그 속마음은 자신이 갑이라는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즐기고 있다.
을은 결코 갑에게 '핍박당하는 을' 흉내를 내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농담에도 권력이 있다. 자기보다 위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그런 농담을 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농담 속에 뼈가 있는 것이 아니라 농담은 그냥 진담이다.
그때 술자리에서 나를 크게 야단쳐준 그 친구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