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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갤이 윤태 Nov 18. 2022

마케터에겐 구조방정식보다 관계 방정식이 더 중요하다

구조방정식을 아시나요? 마케터는 관계가 우선입니다.

구조방정식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뭐 리즈렐이라는 프로그램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고 SPSS에 있는 AMOS라는 분석도구 이름을 불러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모두 구조방정식을 푸는 도구 이름들입니다.


못 들어보신 분들도 계시겠고 들어보신 분들도 계시긴 하실 겁니다.


어쩌면 잘 다루시는 분도 계실 수 있고요. 개념적으로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구조방정식은 회귀분석으로 여러 번 분석해야 하는 분석을 한 번의 분석으로 변수들 간의 복잡한 관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분석해 주는 분석방법입니다.


하하, 이렇게 말씀드리니.. 뭔 구조방정식에 회귀분석..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맞습니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 구조방정식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최근에 경영학이나 심리학 등 박사급 논문들의 분석기법을 보면, 많은 경우 하나의 변수가 여러 종속변수에 영향을 주는 경우들을 설정하기 때문에 단순한(?) 회귀분석이나 ANOVA분석 등으로 그치지 않고 구조방정식을 사용해서 논문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어떤 교수님은 논문을 쓸 때에는 꼭 구조방정식을 사용하라고 하신다고 합니다)


뭐, 분석방법이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고도화되고 정교화되는 것이야 흠을 잡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구조방정식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복잡한 논문에 사용되는 구조방정식을 정말 열나게, 매일 교수님께 욕먹으면서 토 나올 정도로 공부하고 마침내 논문이 통과되고 졸업을 하고 나서 자.. 회사에 왔다고 가정을 해보시죠.


회사에서는 이 구조방정식... 개나 줘버려야 합니다.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결국, 분석이라는 것은 최종 소비자(회사에서는 최종 의사결정자)가 이해를 해야 수용이 되고 진행이 되는 것인데 심지어는 석사급 학생 아니 박사급 학생들도 잘 이해를 못 하는 것을 우리 팀장님, 부장님, 본부장님 사장님 회장님께 설명하고 이해를 시키라고요?


그런,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구조방정식 어쩌고 이런 이야기 하면 그냥 "저 XX 잘난척하려고 하는 거 눈꼴시어서 못 보겠다"라는 소리 듣기 딱 좋습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구조방정식 대신, 마케팅을 하는 담당자는 관계 방정식을 먼저 배워야 합니다.


어떤 관계에서 내가 원하는 신제품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고리가 생겨날 것인가?를 잘 판단해야 합니다. 내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발전시켜야 나를 지원해 주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나를 음해하고 깍아내리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사실, 회사나 사회라는 곳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정의로운 의사결정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게 현실인 점을 인정하지 않고 이런 세상에 대한 분노를 갖거나 앞으로 그런 공정하고 정의로는 세상을(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외쳐 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마케팅의 원칙은 힘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소비자를 억지로 교육시키려 애쓰지 마라.. 그 노력은 너무나도 많은 비용과 희생이 따른다, 대신 소비자가 생각하는 바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마케팅을 해라 그러면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것이다. 라구요.


같은 이야기로, 외부에서 기존 회사에 입사한 경우를 가정해 보시죠. 새로 입사한 회사 내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거나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 이 신규사업에 긍정적인 분도 계실 수 있고, 부정적인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어쩌면 부정적인 분들이 더 많으실 수도 있죠.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정하게 정직하게 합리적이면서 진취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회사 내에 많은 분들을 모두 잘라달라고 요청해야 할까요? 뭐 그렇게 하려는 의도만으로도 저는 아마 회사에 남아있지 못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럴 수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최종 의사 결정자는 저보다는 지금까지 당신의 곁을 지켜왔던 분들의 이야기가 더 신뢰가 갈 것 이니까요. 어려울 때에는 지금까지 함께 걸어온 사람을 먼저 믿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제가 생각하는 것이 제가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의 내부적 관계 방정식입니다.


마케팅 담당으로서, 누구와의 관계를 어떻게 조율해야 내가 이 회사에서 새로운 브랜드와 새로운 제품의 성공을 만들어가는데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지원을 받으면서 부정적인 이슈를 최소화하는 관리가 가능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이 마치 회사에서 보고서에 사용된 구조방정식처럼 내부자들에게 이해되지 못한다면, 제가 제안하는 새로운 브랜드나 새로운 제품의 운명도 구조방정식의 회사 내 입지와 같이 쓸모없어질 것입니다.


마케터는 원래, 스토리텔러임과 동시에 희망을 파는 점쟁이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모두를 그 방향으로 미친 듯이 달려가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나마 신제품의 성공확률(대략 10%?)마저도 얻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요즘 국내 최초 건강기능식품 신제품의 시장런칭을 진행한 후에, 이 신제품의 관계 방정식을 그리다가 머리가 아파서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구조방정식은 정해진 방식대로 몇 번 해보다 보면 익숙해지는데 이 관계 방정식은 정말 할 때마다 달라지는 그 변화무쌍함과 오묘함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재미에 또 마케팅의 실무를 놓지 못하고 30년 가까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얼마 후면 저도 마케터 생활을 30년 하는 그런 날이 오는군요... 30년이 되는 시점에 그동안 제가 어떤 성과를 이루었는지 돌아보면 가슴이 먹먹하고 아플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몇 년 남았으니 대박!! 낼 수 있는 신제품과 성공사례를 만들어 보고자 오늘도 새로운 관계 방정식을 풉니다.


                <오래전 관계방정식 수련모습> 

30년 전에 그렸던 그림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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