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에서 책임 없는 훈수를 두는 일은 너무나도 평온하고 우아하다.
인도에서 삼성물산의 브랜드 매니저로 신제품을 런칭하는 일을 할 때의 이야기이다.
그 당시에, 없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정립을 한다고 생 난리를 쳐서, 브랜드의 컨셉과 스토리를 만들고 한국에서 RTB(Reason To Believe)를 만들기 위해서 광기술 연구소와 MOU를 맺는 등의 업무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 인도의 무척이나 Cunning 한(얍삽한)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머리를 쥐어뜯으며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한국에서 모든 걸 관장하고 계시던 내 상사께서는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이 인도 비즈니스에 대하여 전혀 모르시지만 감나라 팥나라 하시면서 평가와 함께 너무나 쉽게 모든 일들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불구하고 잘 못하고 있다고 질책을 하시는 일들이 너무나 잦았다.
이론적으로야, 왜 안 되겠는가? 당연히 되는 게 맞지... 만 안되는걸 어찌하랴... 이들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고 체계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은데 말이다.
" You come you do " 어느 날인가 내가 인도 현채 담당자에게 그 한국 상사로 부터 받은 요구사항과 인식의 상황을 설명하며 나 역시 그 친구를 질책하고 있을 때 한 말이다.
뭐.. 문법적으로 아니면 영어 원어민의 입장에서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할 수 도 있겠다. 어쩌면 Long time no see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현장 실무를 모르면서,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정확하게 모르면서 곁에서 훈수를 두거나 조언을 하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나도 " You come you do "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간혹 학교에 계시는 교수님이나, 컨설팅을 하시러 오시는 컨설턴트 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듣고 있을 때에는 때로는 아주 강하게 이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가 있다. 네가 진짜 해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냐? 어디 쥐뿔도 모르면서 말로만 조잘거리냐.. 이렇게 말이다.
뭐, 물론 전혀 이 바닥을 모르는 윗분들이 " 이래야 하는 거 아냐? 저래야 하는 거 아냐?" 이런 이야기를 하실 때에도 그런 생각이 또 강하게 든다.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가 난감하기도 하지만 설명을 하지 않았을 때의 후폭풍이 또한 예상되기에 울며 겨자 먹기처럼 왜 그런지, 왜 안되는지를 설명해야 만 할 때가 많다.
그 비효율이란 참으로 많은 희생을 동반하게 된다. 회장님이 한번 그런 거 아냐? 이러시면 사장님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하고 그 아래 임원에게 시키고 임원은 부장에게 부장은 팀장에게 팀장은 사원에게 쓸데없는 일을 시키게 된다.
그냥 좀 빠져 주시면 안 될까.....
갈수록 컨설팅이 안 되는 이유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컨설턴트들이 실제로는 잘 모르는데 말로는 그럴듯하게 번지르르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말아먹는 일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외부의 비싼 컨설턴트의 말은 믿으면서 내부에서 그 사업을 진정으로 고민하고 이끌고 가는 실무자들의 말을 믿지 않는 경향이다.
나는 LG출신으로 LG의 제품에 대한 Loyalty가 있는 편이었는데 LG는 전통적으로 매킨지 컨설팅을 주로 받아왔고 신봉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LG의 뼈아픈 모바일의 실패는 그 수십억을 들인 매킨지 컨설팅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1/04/06/2021040600011.html
문제는 여기에 있다,
자, 그래서 매킨지가 LG전자의 모바일 사업을 컨설팅하며 수십억을 받았을 텐데, LG가 입은 5조 원의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졌을까? 내가 알기로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았다. (혹시 책임을 진 부분이 있으면 수정할 의사가 충분하니 어떻게 책임을 졌는지 알려주시면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훈수를 두는 입장에서 잘되면 내 탓 안되면 네 탓 이렇게 된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컨설팅이 무조건 나쁘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일반적인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컨설팅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고도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하버드를 나오고 스탠포드를 나온 분들의 스마트함이 과연 20년 정도 그 사업에 종사한 사람들보다 3개월 4개월 스터디를 한다고 더 출중한 시장을 보는 Insight를 가질 수 있을까?
물론,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수십억을 주고 매킨지에게 망할 수 있는 방법을 받아서 그대로 했을 테지만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컨설팅은 그 업계에서 진정으로 사업을 해보고 제품을 내 보고 성공과 실패를 해 본 사람이 지식과 실무의 관점에서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컨설팅업체의 경우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은행과 같은 금융권을 컨설팅하다 식품업체 컨설팅에 들어온다. 브랜딩과 마케팅은 다 같으니까? 음... 글쎄다...
좀 겸손하게 시장을 보고 소비자를 이해하고 상품과 이 비즈니스의 역사를 존중하는 컨설턴트와 참여자가 많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옥석을 가려서 볼 수 있는 역량 있는 클라이언트가 제일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감히 쥐뿔도 모르는 것들이 감나라 배나라 하는 걸 그대로 받아들여서 그 중요한 사업이 산으로 가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니들이 그렇게 잘할 수 있으면 돈을 많이 버는 그 사업을 네가 하지 왜 다른 사람에게 요렇게 하라고 시키고 니들이 돈을 벌라고 하라고 하겠냐!!! 그렇게 잘 알면 " You Come You Do " 해라~~ 책임도 좀 져주고 말이다.
잘 모르는 전문가 컨설팅에 속지 말고, 스스로 주체적으로 잘 한번 생각해 보고 중요한 사업을 실행해 보자라고 쓴 이야기입니다. ㅎㅎㅎ
잘 모르시면 일단 전문가에게 맡겨주시고 기다려 주시는 것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