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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갤이 윤태 Nov 22. 2020

마케팅관련 책을 쓴다는게...

돌아보면 부족함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1994년 LG생활건강에 입사해서, 95년부터 마케팅이라는 참신한 업무를 시작한지 25년만에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그동안에도 마케팅관련된 책을 기획하고 준비한지는 꽤 되었었습니다. 


벌써 6년전부터 글도 쓰고, 자료도 모아오고, 원고를 써서 이쪽 저쪽 출판사에 투고도 하고, 아시는 분을 통해서 출판기획하는 분들과 의논도 해보기도 하고 말이죠.


보유하고 있는 업무관련 자료정리


위에 정리된 자료를 보시면(물론 17년부터 현재까지도 자료는 모아지고 있지만) 제가 매년 작성했던 업무노트와 PC파일을 갖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간혹 데스크노트도 썼고, 회사 Diary도 사용하기는 했지만 매년 매일매일의 업무를 기록했던 아주 자세한 업무의 History를 갖고 있는 것이죠. 


1999년~2016년까지의 업무노트


이 노트/다이어리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그 업무 당시의 내 업무의 리스트이고 어쩌면 사원부터 대리 차장 부장 실장까지의 업무노트에 기록되어 있는 업무가 결국에는 그 직급과 직책에서 필요한 마케팅과 관련된 지식과 실무지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9(01년)년 01년 업무노트

그래서 이 자료를 정리해서 책을 만들면 새롭게 마케팅을 시작하는 분들과 어쩌면 어느정도 마케팅업무를 진행했던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책을 기획하기 시작했죠 정도 제가 한양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시작했던 점마케팅에 대한 지식을 정리해서 쉽게 전달해보자 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만들었던것 같습니다. 



일자별 업무노트의 내용일부 발췌


자룔를 정리하고 내용을 다듬다 보니, 사실 사원부터 임원의 역할까지를 넣을 수 있는 책이 되어야 해서 너무 방대한 양을 생각했던것 같기는 합니다(초보라 의욕만 많았었죠)

원고를 처음 본 출판사 사장님들도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던 거였습니다. 


 

처음 제가 기획했던 책의 기획내용은 대충 다음과 같았습니다.




척 보시면 아실 수 있으시겠지만, 지금 돌아보니 학부에서 한 4년은 배워야 할 내용이네요. 이 내용을 책으로 만들자고 했으니, 출판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사장님이 이 책을 출판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었죠.

사장님께서 완곡하게 말씀은 하셨습니다. 책이 너무 어렵고 두껍고 내용이 너무 길다고 말씀이죠.


그 때 제가 말씀 드렸던 내용은, 나는 입문서는 쓰기 싫다. 정말 마케팅담당자에게 필요한 마케팅을 진심으로 배우고 싶어하는 지식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지름길을 알려주고 싶다라고 말이죠.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뭐, 현실적으로는 이정도의 내용이면 마케팅원론 두께의 책으로도 부족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기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했던 것은 한권이 아니라 한 3권정도로 출간해 보고 싶었었으니까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한 3개월 정도 썼을까요? 어쨌거나 내용은 얼추 다 만들어서 전달했으나(한 A4용지로 300페이지 정도되는 원고 였습니다) 출판사와 의견을 조율하다 결국에는 출판을 못하고 끝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내용을 좀 빼라고 하시더니(너무 어렵다고 시장조사 부분 같은 곳은 다 빼라고 하셨죠), 대화체로 만들어보라고 하시기도 했고(아래에 있는 쌩뚱맞은 주인공이 나와서 마케팅을 배우는 형식으로 심지어는 다양한 추가 만화캐릭터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래에 있는 이미지가 그 것들입니다. 



신입사원 과 과장님(제가 그렸습니다. ㅎㅎ)



어쨌거나, 이렇게 저렇게 쉽게도 하고, 내용도 빼고 하면서 처음에 제가 기획했던 내용들은 하나 둘 씩 없어지면서 제 책은 마케팅로맨스 책이 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신입사원이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 같이 근무하는 여직원과의 로맨스를 엮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던 것이죠... 음.. 제가 그렇게도 원했던 마케팅은 거의 내용에 절반이 되기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책의 내용이 너덜너덜 해질 무렵, 출판사에서는 ebook으로 내보는건 어떻겠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맥도 빠지고, 이러려고 내가 처음 기획했던 모든 내용을 다 걷어버리고 이 일을 하고 있었던가 싶기도 해서 그 때 딱! 출판을 안하기로 마음먹고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출판의지는 접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제 블로그와 브런치에 실었지요.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브런치를 통해서 지금 출판사 사장님께서 소비자조사와 관련된 책을 써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다시 들어온걸 보면 참 그 때 전부 잘못한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그 때 책을 써보지 않았었다면 어떻게 지금 책을 쓸 생각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물론 그 때 보다는 좁은 주제로 책을 쓰기는 했지만 출판을 접었을 때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기에 출판사 사장님의 마음도, 또 비즈니스적인 접근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나름 성장하고 있었나 봅니다. 독자분들께도 너무 큰 도움을 한번에 주려고 애쓰지 말고 차근차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하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수준으로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을 전달하자라고 마음 먹었습니다. 


출판사 사장님들이 말씀하시는 것들 중에 참 다들 똑같이 이야기 하시는 것은 "독자가 중학생 수준의 이해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글을 써달라" 라는 주문을 하시는 겁니다. 저는 독자를 무시하지 말라고 하지만 사장님들은 오랜 비즈니스의 경험상 그렇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아시니 그러시는 것이겠지요. 


제가 얼마전에 읽은 무역실무책이 있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제가 느낀것은 "너무 내용이 없네.. ㅠㅠ" 라는 것과 정말 무역실무에 대해서 좀 알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도 얻어가는게 너무 없을것 같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자의 서문이 눈에 걸려서 슬쩍 읽어보니 정말 놀라운 내용이 있었습니다. 


"내가 처음 책을 기획할 때에는 나름 전문가의 20년 노하우를 전달하겠다는 큰 꿈을 갖고 책을 쓰기 시작했지만 판매를 위해 독자의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그리고 책이 두꺼우면 안팔린다는 출판사의 이야기에 따라 내용을 바꾸다 보니 내가 기획한 내용을 담기에 어려웠다. 이번을 아쉽지만 시작으로 생각하고 다음 기회에는 좀 더 알찬 내용을 넣어야 하겠다" 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이 분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셨습니다. 이 책이라는게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피튀기는 비즈니스이고 생존의 실전 이니까요.


하지만 이번에 제가 쓴책에 한가지의 자부심이 있다면, 그나마 제가 출판사 사장님을 설득해서 최소한의 시장조사의 기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넣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학교에서 학문적으로 공부하고 엄격한 기준으로 가정하고 정의하는 부분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는 수준임에는 틀림없고, 또 전문적으로 통계학이나 소비자조사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분들의 기준이나 수준에는 전혀 못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마케팅을 실행하는 사람들의 수준, 이제 막 시장조사를 배우기 시작했거나 시장조사를 잘 모르는 분이 처음으로 스스로 소비자를 이해하고자 하는 첫걸음을 남의 도움없이도 진행하기에는 나름 충분한 수준의 내용을 넣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저 스스로에게 대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지금 책도 처음 시장조사를 접하는 분들께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독자를 너무 우습게 보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런 책을 보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그분들이 적어도 이 책에서 얻어가고자 기대한 최소한의 정보와 지식을 전달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책은 잘 안팔릴지 몰라도요. 그래서 이번에 쓴 제 책은 잘 안팔릴 수 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출판사 사장님이 졸도하실 지도...)


앞서,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말씀 드렸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잘 안팔릴것 같은 걱정이되는 부분을 많이 넣었지만 그걸 출판사 사장님께서 OK하고 출판을 하실 수 있도록 제가 설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책의 의의를 찾고, 제가 처음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여 낼 수 있었다는 생각에 이번책이 나온것을 지인분들께 알리며 나름 뿌듯하고 감사했습니다.


출판사 소개의 글

   


이 책은 기본적으로 시장조사가 필요한데, 시장조사를 할만한 비용은 모자라고 또 시장조사 회사와도 일을 할 정도는 아닌 소상공인, 1인기업, 회사업무상 간단한 조사가 필요하신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기획하고 쓴 책입니다. 


제가 쓴 책이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도 소비자의 욕구와 마음을 읽어내고자 애쓰고 계시는 모든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는 이번에 책이 나오고 생각을 조금 바꾸었습니다. 너무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작은 부분을 떼어서 어떻게 시급하게 필요한 분들의 일을 도울 수 있을까에 집중해 보고 싶습니다. 


그런관점에서는 예를들면 어떻게 이번 신제품은 만들어야 할까? 아니면 어떻게 브랜드를 만들고 등록하고 사용해야 할까? 이런 어쩌면 좁은 부분이지만, 업무를 진행하는 데에서는 꼭 필요한데 어떻게 어떤 수준으로 진행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는 분들께 자세히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도 혼자서 진행할 수 있게 설명해 드리는 책을 만들어 보고싶습니다(제 노트에 적혀있는 당시의 고민들을 잘 버무리고 활용해서요 ^^).



시장조사를 잘하는 습관

http://www.yes24.com/Product/Goods/9559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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