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척 하고 싶은가? 그럼 너는 상대방에게 초라해 보일 준비가 되어있다.
오늘 면접을 보았다.
나름, 퍼포먼스 담당자를 뽑는다고 여러 잡포털과 헤드헌터를 수배하고 아는 지인들까지 모두 쏟아부어서 찾느라고 애를 써봤지만 퍼포먼스마케팅 담당자 뽑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면접에 20분 정도 일찍 들어온 면접자는 슬적 보았는데, 뒷모습으로 느껴지기에는 이력서의 사진과는 조금 느낌이 다른 왜소한 느낌이 들었다.
이력서에는 좀 쎈 느낌의 남성성이 보이는것 같았는데 목이 길고 살짝 마른체형의 모습에 왠지 좀 성깔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면서 손에 들고 있는 이력서를 다시한번 훓어 보았다.
어? 이분 경력을 보니까 퍼포먼스... 보다는 빅데이터쪽 이신가 본데? 나는 옆에 과장님께 이야기 했다. 면접장으로 가면서 옆에 함께 면접장으로 걸어가던 주 과장은 나에게 " 전체 온라인 마케팅 총괄을 하는데 빅데이터도 하고, 퍼포먼스도 보고 뭐 그런 전체적인 측면을 다 보셨던거 아닐까요?" 라고 말했지만 나는 팀장급이 아니라 담당 실무자 즉 실행을 할 수 있는 전문가를 뽑으려고 하는 것이었기에 조금은 불안감이 생겨났다.
문을 열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우리 회사의 회의실은 투명창이어서 밖에서도 훤하게 안이 들여다 보이는 탓에 문을 열고 들어서기 전에, 면접을 오신 분의 이미지나 느낌 등에 대한 이런저런 추측을 하게되고 마주 앉은 후에는 내가 생각했던 추측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맞춰 보는 그런 재미도 가끔은 느낄 수 있었다.
사무실은 지난달에 새롭게 리노베이션을 해서, 이전보다 면접을 오시는 분들이나 사무실에 미팅을 하러 오시는 분들께 좀 민망함은 줄어들 수 있는 수준은 되었다(예전에는 음 아주 고풍스러운 이미지의 사무실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사무실이 무엇이 중요하랴... 그 환경에서 일을 잘하는것이 더 중요하지..
아... 면접에 신경써야지... 이런생각들이 마구 튀어나와서 머릿속이 뒤죽박죽인 채로 내 자리에서 읽어봤던 이력서를 다시 쓰윽 훓어 보면서 자리에 앉았다.
사실 요즘에는 면접을 보는데 마스크도 벗지 않으니... 사진으로 만 보이는 인상이 어떤 분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기도 하고 실물을 뵙게 되면 전혀 다른 이미지의 분들도 많다.
그래서 채용이 되고 출근하셨을 때 엇!!! 이분이 내가 뽑은 분인가? 아닌가? 이렇게 헷갈리는 경우도 있었다..
여하간,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렸다. 말씀하시는 내용과 태도를 보니 빅데이터 분야에서는 상당한 내공과 역량이 있으신것 같기는 했다. 그런데 퍼포먼스 마케팅을 실제로 해 보신 느낌은 좀 들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는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운영할 수준은 안되었으니 퍼포먼스 마케터로서의 역량이 중요했다.
나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물었다. " 그래서 이정도의 예산이 있다고 할 때 그리고 신규브랜드로 런칭을 한다고 가정할 때, 고객이 30대와 40대 여성이라고 생각할 때 매체와 채널 그리고 어떤 퍼포먼스 상품을 어떻게 운영하면 최고의 효율이 나올수 있을까요? "
이 때부터 였던가? 그 분은 아주 단호하고 자신감있게 말씀을 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로서의 경험과 채널의 특성에 대한 분석을 뒷받침 해서 말이다. 그런데 그 내용은 채널의 특성과 실제실행결과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을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면접의 꽃은 자신감 아닐까? 맞다 자신감... 자기가 좀 잘 몰라도 자신감있게 패기있게 이야기 하는 것이 호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직의 경우에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전문가라면, 겸손하게 자신이 경험하고 지금까지 분석했던 내용을 차분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격정적이고 자신감있게 완전히 틀린 이야기를 한다면(물론 그 내용을 잘 모르시는 분이 들으시면 자신감있고 해본 것 같으니까 OK할 지도 모르겠다) 그 결과는 안 봐도 너무나 명확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깐, 면접자로 나선 내가 그런 IT나 퍼포먼스쪽을 잘 모를것 같이 생기기는 했다(완전 아저씨 나이든 임원의 모습이니까 말이다 ㅎㅎ) 하지만 사람을 겉으로만 판단하면 안된다.
그분과의 면접은 그렇게 한 30분 정도 서로 덕담을 이야기하다가 끝났다. 감사하다는 말씀은 드렸지만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좀 씁쓸했다. 물론 그분의 역량은 퍼포먼스는 아니고 빅데이터 쪽으로는 있으실 것 같았다. 모델링도 잘 하시고 크롤링이나 발화분석등을 통해서 전체적인 고객의 트렌드를 찾아 내시는데 역량은 있어 보이셨다. 하지만 퍼포먼스 마케팅은 많이 모자라셨다.
오늘, 면접을 보고 나서 느끼는 것은 전문가는, 아니 전문가라면 자신이 아는만큼 만 이야기하고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겸손하게 들어줄 수 있는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세상에는 나보다 많이 알고, 잘 알고 뛰어난 사람이 어디에나 있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많이 아시는 분들이 겸손하신 경우를 너무나 많이 봤다(최고의 전문가도 항상 자신이 틀릴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그 부분을 받아들인다) 하물며 최고 수준의 분들도 그러신데 우리같은 일반인은(물론 전문가 이긴 하지만) 좀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늘 스스로에게 겸손해지고, 나보다 많이 아는 분의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 누구에게나 늘 배우는 것이 필요한 전문가 마케터의 일이라 나는 즐겁고 행복하다.
아는척하지 말자~!!! 그러면 다른사람은 금방 느끼고 알게 된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된다. 그러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모르는게 잘못은 아니다. 배우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