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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갤이 윤태 Jun 19. 2022

죄송한데 회사.. 그만두려 합니다

예전 같은 동료의 끈끈함이 없어지는 것 같아 섭섭하지만 어쩌랴..

오늘 슬그머니 문을 열고 직원이 들어왔다. 개발팀에 있는 직원인데 일도 곧잘 하고 상품과 판매에 대한 개념도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나름 오랫동안 함께 일하고 싶은 괜찮은 친구라고 생각했던 직원이었다.


지난달에는 개발 팀에 이 친구와 함께 일하던, 남자 직원이 파트의 리더로 있었는데 그만두겠다고 해서(사실은 몇 번이고 업무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업무에 주도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서 내가 몇 번 업무 상담을 하기도 했었지만 아쉬운 마음은 없었다 어쩌면 오히려 고마워했달까?..) 개발 담당자 리더로서 있던 자리를 비우고 혼자 남아서 개발업무를 한지 이제 겨우 한 달이 되었는데. 좀 아쉬웠다.


그 파트리더와 친했기 때문에 상실감이 컸었나? 아니면 새로 개발팀 리더를 뽑는데 좀 오래 걸릴 것이라고 이야기해서 그랬나? 아니면 내가 모르는 어떤 불만이 있었나? 잘 모르겠다. 자기 말로는 개발업무가 별로 없어서 그만둔다고 하던데.. 흠.. 뭐 믿을만하지는 않다.


그 파트리더가 그만두고 나서 충격을 받았을 것 같아서, 나름 현재 우리 회사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고 업무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예전 파트리더가 하던 업무의 경우에는 내가 대신 다 진행하기로 하는 등 업무 측면에서의 배려도 했었는데.. 하긴 생각해 보면 그 파트리더 그만두고 나서 근 한 달 동안 영.. 업무 하는 분위기가 심상치는 않았었다. 


회사를 그만두려는 마음을 먹은 사람은, 심적으로 결정을 하고 나서 다른 회사에 휴가를 내고 면접을 보러 가고 또 헤드헌터로부터 연락도 받고 그럴 수밖에 없어서인지 알게 모르게 업무 하는 데 있어서 태도나 느낌의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그건 사람이라 어쩔 수 없이 그런가 보다.. 


하지만 이 친구는 근데, 우리 회사에 조인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다. 몇 달만 더 근무해도 퇴직금이 나오는 친구인데 그 퇴직금을 포기하면서 까지 그만둔다고 하는 걸 보면 엄청 싫었거나 아니면 그 퇴직금 정도는 쉽게 뛰어넘을 수 있는 엄청 차이나는 연봉을 제안받았나 보다.


현재 하고 있는 업무가 어렵고, 어떤 부분이 힘들고 개선을 해주었으면 좋겠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요즘 직원들은 관리자나 상급자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걸까? 어떻게 바꿔서 일하기보다는 그냥 더 좋은 조건의 회사가 다른 곳에 있는지 보고(최근에는 많은 기업들이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하기 위해서 대리~과장 연차는 모셔가기 바쁜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도 크기는 하겠다) 제안이 들어오면 구질구질하게 그런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그냥 혼자서 결정하고 회사에는 휙 그만둔다고 통보하는 것 같다.


그냥, 잠시 머물고 잠시 나에게 급여를 주고, 적당히 다닐만한 회사니까 다니는 것이니 그런 것 일까? 


이 회사에 열정이 혹은 애정이 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중하고 재미있고 즐겁다면 이렇게 하지는 않을텐데. 최근 들어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회사는 그저 급여를 주고 나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돈을 받을 수 있는 장소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더 짙어진 것 아닐까? 


사람들과 부대끼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윗사람과 경험을 나누고 지식과 지혜를 배우는 과거의 회사 문화는 어쩌면 이제는 먼 과거의 일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나는 직원을 뽑는 서류검사에서 이력서를 볼 때, 1년 단위로 회사를 옮기는 지원자를 뽑지 않으려 한다. 그런 친구들은 언제고 또 조금만 힘들거나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또 단돈 100만 원만 더 주는 곳이 생기면 미련 없이 회사를 옮길 사람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한 친구는 이제 3번째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다. 이전 회사에서 3년을 있었으니, 우리 회사까지 하면  3년 8개월쯤 경력이 될 터이다.. 그런데 벌써 3번째 회사라니.


지금은 본인에게 여러 곳에서 헤드헌터가 연락을 하고 현재 업무의 수요가 많고, 이곳저곳에서 모셔가려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으쓱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조언을 드리자면 이번에 옮겨가는 회사에서는 적어도 3년 정도 오래 다니시기를 바란다. 이번에도 1년 정도 다니다 조금 돈을 더 주는 곳으로 옮긴다면 앞으로의 커리어는 어려울 것이다. 

그걸 어린 친구들은 잘 모른다. 


남은 나의 입장에서는 현재 나와 함께 있는 친구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잘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만두는 친구에게도 축복을 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어쩌면 내가 그들에게 최선의 대우와 직급 그리고 업무의 재미를 만들어 주지 못했기 때문에 그만두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지금 현재 함께 있는 직원들에게 더욱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친구들 역시 이 그만두는 친구와 다를 바 없는 급여와 직급 비전을 가지고 있음에도 나와 함께 이 회사에 남아 어려운 시기를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꾸역꾸역 헤쳐나가고 있기 때문이니 말이다. 사람은 언제나 내 주변에 평범하고 일상적인 부분에 대해 고마움을 갖고 살아야 한다. 


자!! 오늘, 또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나와 함께 일하던 동료를 떠나서 새로운 곳으로 가는 친구가 있다(마음은 비뚤어지고 싶지만 참고.. ) 축하하고 축복해주자.. 하지만 1년 뒤 그때 내가 괜히 그만뒀나?라는 생각이 들게 멋지게 이곳에서 성공해 보자. 그렇게 떠나는 사람들에게 후회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쩨쩨하게 구는 것보다 소심하기는 하지만 멋진 복수 아닐까?


미안했다. 내가 섭섭하게 했던 것이 있었다면 악한 감정을 가지고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죄송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회사에서는 언제나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언젠가, 통화할 때 그냥 좀 더 다닐 걸 그랬었나 봐요..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도록 이렇게 내가 꼭! 만들어줄게.. 앞으로의 1년을 눈 크게 뜨고 보시면서 기대해보시길.. 바란다. 


소심한 라테 임원 야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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