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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갤이 윤태 Jun 14. 2022

네거티브와 포지티브 방식

국민의 수준을 너무 무시한 것 아닌가?

요즘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정부의 업무기준을 가지고 관공서와 함께 진행이 되는 업무는 신고와 허가업무가 있다. 식품 관련 신제품을 출시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어쩌면 깐깐하게 하는 것이 소비자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없으리라.


하지만, 문제는 정부의 깐깐함이 현대사회의 빠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이다. 


깐깐하게 관리하고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좋은데, 그렇게 세부적으로 간섭하고자 하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 현실적인 능력이 함께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노땅, 꼰대가 세상천지가 바뀌는 것을 모르고 "라테" 타령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뭐, 첨단의 기술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면, 또 스피드가 어느 정도 느려도 큰 문제가 없이 받아들여지는 곳이라면 참아줄 수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일을 하면서 속이 배배 꼬이니 말도 배배 꼬이는 듯.. 하지만 암튼.. 그렇다. 

그런데 이런 일(자기가 모두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허가를 내주는 경우)이 시급을 다투는, 죽고 사는 사업의 영역에 들어오면 해외에서는 누구나 쉽게 수십 년간 해오던 남들은 다 하는 일을 우리나라에서는 못하게 하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들어보신 적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허가와 규제에는 네거티브 시스템과 포지티브 시스템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식품을 허가해 준다고 가정해 보자.

만일 과자에서 합성보존료 A 1ppm, 합성감미료 B 1ppm까지의 양을 허용해준다고 할 때 합성 보존료 C가 1ppm 검출되었을 경우 포지티브 시스템에서는 이 과자는 부적합한 제품이 된다. 왜냐하면 허용하고 있는 합성보존료 A 외에 다른 합성보존료 C는 검출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거티브 시스템에서 합성보존료 C가 검출된 경우에는 이 제품은 적합한 제품이 된다. 

왜냐하면  검출되어서는 안 된다고 정의한 합성보존료 A 1ppm, 합성감미료 B 1ppm 말고 다른 성분은 검출되어도 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좀 과하게 단순하게 설명드려서 그렇지 사실이다. 네거티브 시스템은 안된다고 한 거 말고는 다 된다!! 개념이다(자기가 모르는 부분에 대한 솔직한 인정이라고나 할까? 단지 잘못해서 소비자가 문제가 생기면 회사에게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가해서 망할지도 모르는 심각한 일을 각오해야 하는 후덜덜한 제도이기도 하다).


이런 시스템을 처음 이야기하게 된 영역은 무역이다. 

얼마나 다양한 물품을 교역할 것인가를 정할 때, 예전에는 무역 가능 제품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것을 수입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것이 쉬웠을지 모르지만, 세계화가 되면서 국가 간의 교역이 증대되고 거래되는 물품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됨에 따라 허용되는 물품을 국가가 일일이 정한다는 것이 한계가 있게 되었다. 


그래서 1967년까지는 포지티브 시스템. 죽 교역이 가능한 품목을 정해두고 그 이외의 품목은 무역이 불가능한 것으로 적용했었으나, 현재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적용해서 불가능한 거래 품목을 정해두고 나머지는 모두 무역 가능한 개념으로 변경하였다. 


우리가 제품을 만드는 경우에도 국가의 허가를 받는 경우에는 이런 네거티브 시스템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기준이 되는 안전사항을 검토하고 나면 그 이외의 부분에 대한 책임을 판매자나 제조자가 담보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면 되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


모든 신제품을 국가에서 허가하고 제조방법을 설정해 주는 것은 좀 오버다. 

미국과 같은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판매되는 국가에서 그래서 판매자에게 책임을 위임하고(대신 엄청나게 엄격한 책임을 진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회사가 망하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유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접근이 어쩌면 사회적인 자유도와 부의 기회 그리고 창의적인 도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기득권의 허가를 해주는 고대의 관청 같은 분위기의 정부 허가제는 이제 그만하고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를 제공하고 나머지는 판매자가 책임을 지게 하는(물론 책임을 질 수 있는 안전 담보도 필요하기는 하겠다) 제도로 변경되어야 시대를 따라가는 사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스마트폰이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음에도, 그 전파와 기술규격이 법제상 만들어지지 않아서 소비자가 사용하는데 늦어진 스마트폰의 경우에도 그렇다. 해외에서는 2년 전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왜 국내에서는 스마트폰의 사용이 2년이 나 늦어진 걸까(아이폰의 국내도입 사례를 참고)? 그 혜택의 손실은 누가 책임을 지는 것일까?



국민을 바보로 아는 정부가 아니고서는 이제는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좀 그 허가라는 권위적인 유혹에서 벗어나시라... 공무원은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봉사하고 서비스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으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모르겠다.


허가와 신고를 못 받아 열받은 한풀이를(규정이 없어서 허가를 못해준다는... ㅠㅠ) 이곳에 살짝 푸념으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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