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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갤이 윤태 May 22. 2022

영화관의  미래

10년 전 예상했던 영화관의 미래는 오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일로, 어쩌다 혼자만의 시간이 생긴 주말 오전에 근래 들어 처음으로 집 근처에 있는 영화관(메가박스)에 갔습니다.


돌아보니 강의를 할 때나, 아니면 지인들과 이야기를 할 때 가끔 소재로 써먹는 CGV에서 마케팅팀장으로 1년 반을 근무할 때 얻은 영화관에 대한 지식과 기억이 그러고 보면 10년도 훨씬 지난 올드한 내용이더군요(불확실한 기억으로는 2007년 10월 ~2009년 1월?).

어쨌거나, 2019년 코로나가 우리나라를 덮치기 전까지는 나름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롯데시네마의 플래티넘 멤버였었죠(아이러니 하게도 CGV를 그만두고 나서는 CGV에는 잘 안 가게 되더군요.. 뭐 물론 모두 다 제 탓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집 앞에 메가박스가 너무나도 가깝게 생긴 이후에는, 롯데시네마에 가는 것은 좀 힘들어서(건대점이 나름 좋아서 건대점으로 갔었거든요 근데 차를 타고 좀 오래가야 했습니다) 굳이 롯데시네마를 가는 것보다 새로 생긴 메가박스로 영화관을 바꿔 다녔었죠.


어찌 되었건 한 2년 반 정도 못 가던 영화관에 우연한 기회에 아무 준비도 없이 무작정 갔습니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혼자 있었어야 하기 때문에요) 살짝 철이 지난 닥터 스트레인저를 예매했는데 사실 저는 마블 영화를 엄청 좋아하는데 가족들은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저랑 보는 게 싫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보러 가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이런 좋은 기회로 그것도 혼자 마블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것이 살짝 두근거리기도 하고 나름 좋았습니다.


최근 영화관의 입구 전경

근 2년간 영화관 사업은 정말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듣기도 하고 주가의 추세를 보기만 해도 그 영향을 느낄 수 있었지요. 많은 분들이 영화사업에서 일하다 그만두시기도 하셨고요.

아래 있는 CGV의 주가를 보면 2019년 코로나가 시작되며 주가가 많이 하락하였다가 최근 엔데믹을 이야기하면서 좀 회복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출처 : https://www.google.com/search?q=CJCGV%EC%A3%BC%EA%B0%80&rlz=1C1EJFA_enKR730KR730&oq=CJCGV%EC%A3


제가 CGV에 다닐 때, 대표님께서 앞으로 10년 뒤에 소비자는 어떻게 바뀌었을 것으로 예상하며 CGV의 존속을 위해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준비하며 실행해야 할 지에 대해서 보고서를 내라고 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그 자료를 어떻게 썼었는지 한번 기억을 더듬어보니, 1인 소비 미디어의 확대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였고(그때에는 애플이 스마트폰을 미국에서는 출시하였지만 아직 한국에는 론칭하지 않았던 시점이어서(2009년 11월 28일 한국 출시)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것이 어려울 때였지요) 영화관에서 콘텐츠를 소비해야만 하는 이유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영화관이 향후에도 존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영화관의 강점으로는 웅장한 사운드, 몰입감, 화면의 크기, 사회적 소비 등을 이야기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이 2년간 영화관의 강점을 느낄 수 없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Netflix중심으로 변화하게 되었고 그 이유로 인해서 앞으로의 영화산업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극장사업은 콘텐츠를 판매하는 사업이 아닙니다.  무슨 말씀 이냐고요? 영화관의 매출구조와 수익구조를 보면 아실 수 있습니다. 영화관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팝콘과 콜라 그리고 다른 먹거리를 소비시키는 사업입니다.


영화관의 수익구조에 대해서 잘 정리해두신 다른 분의 글이 있길래 제가 퍼왔습니다. 티켓 가격의 43.5%를 영화관이 갖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출처 : https://jhdays.tistory.com/85

이러다 보니, 사람이 극장에 와서 콘텐츠 자체를 소비하는 것의 이익 비중이 낮아지게 됩니다. 영화관 산업을 팝콘 비즈니스라고 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로부터 시작되었죠. 사실 영화관에서 팝콘과 콜라의 판매 가격과 실제 사입 가격의 차이를 알고 나면 팝콘과 콜라를 사 드시기가 좀 망설여지실 수 도 있습니다(적어도 티켓 판매로부터 얻는 43.5%보다는 훠얼씬 높을 테니까요).  


그래서, 한동안 극장에서 외부음식 반입에 엄청나게 민감하게 반응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외부음식의 반입은 결국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인 식음료 부분의 판매 저하로 이어질 테니까요.



하지만 어제 방문한 메가박스에는 셀프라면바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어라? 이게 뭐지 하면서도 반갑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당장 지금은 배가 고프기도 하고 먹을 것을 저렴하게 제공해 주시니 감사했는데 예전에 관점에서 볼 때 영화관은 나름 품격 있는 문화생활 공간으로서의 명성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라면류는 판매하지 못하게 했을 텐데 이런 결정을 어떻게 했을까? 아니면 이제는 영화관이 이런 제품을 팔고 끓이고 해도 괜찮은 수준의 포지셔닝을 갖게 된 것일까?라는 궁금증도 들었습니다.



과거, 영화관이 제공하고자 노력하던 차별적인 Benefit인 몰입감 사운드 규모 등은 이제 놀라울정도로 싸지고 또 커지고 있는 TV 그리고 심지어는 벽 전체를 영화관처럼 사용할 수 있는 차별적인 개인용 프로젝터 등이 가정으로 파고들면서 그 차별적인 효익은 줄어들고 있는 것 아닐까요? 

출처 : https://m.hankookilbo.com/News/Read/201911141533364123


소비자의 눈으로 볼 때 영화관의 화면이 크다는 것은 24인치 TV를 볼 때는 그럴 수 있지만 200인치 이상의 TV나 영화관 수준의 300인치 프로젝터를 사용할 경우에는 어렵게 차를 끌고 시간을 맞춰서 좁은 의자에 앉아 굳이 영화를 볼 필요가 있을 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저희 집에 있는 TV가 좀 커서 웬만한 영화들은 집에서 보게 되었는데 이 영화는 정품 스트리밍 서비스 사이트에 올라오지를 않아서 WAVVE, NETFLIX, YOUTUBE, OLLEH TV 4개를 보고 있는 저로서도 어쩔 수 없이 영화관을 찾게 되었는데요...  그렇다면 영화관이 갖고 있는 경쟁력은(영화가 아니라 영화관이니까요) 이제 콘텐츠 밖에는 안 남은 것 같은데 콘텐츠는 영화관이 만드는 것이 아니니..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요소가 거의 30%만 남고 70% 정도는 없어지는 일이 시간문제일 것 같습니다.


과연 영화관의 미래는, 이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렇다면 이젠 어떤 전략으로 생존을 해야 할까요? 예전에는 영화관에 사람들이 오는 플랫폼으로써 영화를 미끼로 팝콘과 콜라를 팔았다면, 더 이상 콘텐츠의 유인이 어려워지는 상황에는 어떤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집이 아닌 영화관으로 사람들이 발길을 돌릴까요?


과거처럼 기존 영화를 4D로 만들어서 의자를 흔들고 물을 쏘는 정도로 충분할까요? 이제 과거에 제가 상상했던 그 10년 뒤가 된 지금 영화관 비즈니스의 앞날은 암울한 것 같습니다. 어떤 독창적인 사업의 귀재가 이 어려운 환경이 계속해서 더 악화될 영화관 사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10년 뒤가 궁금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한 가지는 더 이상은 단순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장소로서의 영화관의 매력은 고객들에게 그다지 어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입니다.


오늘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2007년 적었던 CGV 마케팅 팀장의 앞으로 10년 뒤 CGV의 미래와 그 미래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방안을 말입니다.(제가 한번 찾아보고 2탄으로 공유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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