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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갤이 윤태 Apr 03. 2022

소비자의 관점에서?

그가 정말 소비자를 이야기하고 있는가?

마케팅과 관련된, 물론 최근에는 브랜딩과 관련된 일을 한다고 해야 정확한 업무환경으로 이해가 되겠지만, 어쨌거나 영업, 마케팅, 개발 관련 업무 진행 중이거나, 혹은 윗분들께 보고를 드릴 때 많이 하게 되는 말이 "소비자의 관점에서"이다.


여기에서 소비자의 관점이라면 제조자나 판매자의 관점이 아닌, 실제로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라는 이야기인데 정말 마케팅을 업으로 삼는 사람에게는 잊어서는 안 되는 정말로 필수적이고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업계에서 이 이야기를 오랜 기간 사용해 오다 보니, 이제는 보고를 받으시는 분도 마케팅 관련 업무에 종사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이 "소비자의 관점"이라는 말에 대한 친숙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 굉장히 큰 맹점이 존재한다. 친숙도가 높아지는 것과 이해도가 높은 것은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브랜딩 혹은 마케팅을 기획하고 제품을 설계할 때, 그 제품(혹은 서비스)을 사용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상적인? 혹은 적절한 소비자가 있는데, 그 소비자를 Target Customer(혹은 Consumer)라고 이야기한다. 즉 어떤 특정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우에는 모든 사람이 우리 제품의 소비자는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물론 모든 사람이 Target Consumer인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이 사용해야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같은 경우에는 그럴 수 있다). 


Segmentation & Targeting


하지만, 최근에는 소비자의 Needs와 Wants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고 개성을 찾는 경향이 커지다 보니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 역시도 그 내부적으로 다양한 라인을 추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올드한 사례일 테지만 코카콜라에 다이어트콕이나 체리콕 같은 라인이 나오는 것 같은?)


이쯤에서 많은 분들이 들어보신 시장 세분화라는 개념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개념이 지금처럼 IT나 모바일 AI 등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개념을 넘어 실제적인 분석으로까지 실제로 적용됨에 따라서 과거에는 이론상으로는 구분하고 실행하지만 그 실체적인 반응과 결과를 측정하기에는 어려웠던 일들이 가능해지고 있다. 

 

소위 이러한 활동을 퍼포먼스 마케팅이라고 하고, 이 퍼포먼스 마케팅을 통해서 방문 혹은 구매고객을 행동과 구매 특성으로 세분화하고, 반응에 따른 마케팅 자극을 차별화하여 적용하고 또 성과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개념적인 시장 세분화라는 개념이 과거의 이론적이고 제한적인 수준을 넘어서서 실제적인 자극과 반응 그리고 그에 따른 성과측정까지 연결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품을 설계할 때 우리가 마케터의 입장에서 설정한 고객의 정의(고객의 이미지)와 실제 우리 제품을 소비하고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의 실제 일치성을 살펴보는 것 또한 마케팅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재미와 즐거움이라고 할 수 도 있겠다. 


서론이 길었다. 지금까지 이야기 한 내용은 아주 체계적인 마케팅 브랜딩 활동이 진행되는 경우를 가정하고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너무너무 많아서 어쩌면 체계적인 활동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그 브랜드나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람이 욕을 먹겠지만 실제 그 담당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모른다.. 답답하고 억울해서) 브랜드가 처음 기획했던 의도를 넘어서 산으로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를 들어 마케팅 담당자가 신규 론칭하는 제품의 브랜딩을 위해서 젊고 발랄하고 재미있고 즐겁고 행복한 이미지의 모델과 패키지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열심히 진행하고 어느 정도의 소비자 반응이 시장에서 도출되고 있는 그 중요한 시점에 우리 총괄 대표님께서 갑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시는 경우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의 표적고객은 40대 중산층 여성인데 그 말씀을 하시는 우리의 대표님께서는 70대의 아주 부유하신 점잖고 멋진 남성 분이시라면? 어떤 반응을 하실까? 안 봐도 비디오다... 브랜드가 산으로 가기 시작한다.

귀엽고 즐겁고 가볍고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고 밝은 브랜드의 이미지가 중후하고 멋지고 남성적인 강인한 브랜드 이미지와 짬뽕이 되기 시작한다...(마케팅 아니 브랜드 담당자가 미쳤나? 이렇게 생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담당자의 역량이 능력이 부족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알지만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생기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꼬집은 유명한 일본 광고계의 현실(사실은 뭐 우리도 똑같은 상황이 많지만)을 풍자한 오래된 동영상 한 개를 공유해보고 싶다(이 영상은 20년은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이 영상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브랜드의 핵심적인 콘셉트보다 주변에서 의사 결정하시는 분들의 취향에 따라 커뮤니케이션과 브랜딩이 좌우되는 경우가 현실적으로는 더 많다는 이야기이다.  


특히나 성공한 중견기업의 경우라면 그 기업의 최종 의사결정자 께서, 본인의 강점으로 본인의 역량으로 성공하신 경험이 충만하신 분이시라면 특히나 자신이 그 제품의 진정한 소비자인 줄, 자신의 와이프께서 그 브랜드의 핵심 소비자인 줄, 내 아들이 내 딸들이 내 친구가 소비자라고 착각하게 된다. 


마케터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경쟁사와 까다롭고 영리한 소비자를 상대하기도 어려운데, 내부의 의사 결정자들이 본인을 소비자라고 코스프레하시면서 전달하는 강력한 브랜딩 활동의 의견을 극복하고 온전히 핵심적인 콘셉트를 유지하며 소비자만을 보고 갈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분들은 자신이 소비자라고(혹은 내가 아는 사람들이 소비자라고) 착각하고 확신에 차서 이야기하고 방향을 바꾸라고 요구하고 지적한다. 과거의 성공을 근거와 기준으로 말씀하시는데 참 어려운 일이다..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에 코를 좀 낮춰보라고 말하는 그 케이스처럼 우리도 무언가 반응을 해 드려야 한다. 우리가 이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슬프지만 이런 상황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많고 늘 겪어야만 하는 극복의 대상이다. 


소비자 관점은 때때로 전혀 소비자가 아닌 분들이 소비자를 가장해서 튀어나온다. 절대로 돈을 내고 우리 제품을 사보시거나 서비스를 이용해 보지 않으신 진정한 소비자가 되어본 적이 없는 분들이 말이다... 


우리는 소비자를 가장한 분들이 가장 무섭다.. 하지만 극복해야 한다. 언제나 실패의 책임은 소비자에게는 없고 우리에게만 가혹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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