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옳은것보다 빨리하는게 중요하다"의 문제는...
마케팅의 Task선정 방법에 있어서 많이 사용하는 맵이 있다. 그 맵을 사용해서 시급하지만 덜 중요한 것과 중요한것, 덜 시급하지만 중요한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서 어떤 일을 먼저 진행해야 하는가를 선정하는데 그 이름은 아이젠하워 맵이다(나름 유명해서 인터넷에서 찾아보시면 다양한 사례를 찾아볼 수 도 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우리가 당면하는 마케팅활동의 문제는 이런경우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DO IT IMMEDIATELY영역에서도 즉시의 개념이 어떠한 사람의 관점의 것이냐에 따라서 고민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즉 지금당장 바로 해야하는 중요한 일인데(어쩌면 현재 하고 있는데) 이 일을 어느정도의 시간을 투자할 것인가는 정해져 있지 않아서 스스로가 혹은 다른사람이 결정해야 하는 것 같은 문제 말이다.
예를 들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설정해야 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아이덴티티를 설정하는 일은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긴 하지만 얼마의 시간이 걸릴 것인지는 명확하게 정리되어지지는 않았고 또 정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볼 때,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소비자조사를 근거로 어떤 포지션을 차지할 것인지에 따른 큰 방향성을 설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브랜드의 컨셉과 브랜드요소인 디자인아이덴티티와 브랜드로고 등을 설정해야 하는 일이다.
이런 일을 한다고 할 때,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일련의 프로세스를 얼마의 시간으로 완성해 낼 것인가가 어쩌면 더 판단에 있어서(완성도의 관점 혹은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일이고,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것이 일의 방향성과 시간의 중간에서 고민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자, 생각해 보자 이렇게 중요한 아이덴티티를 설정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에서는 3개월 이상이 걸리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고(그것도 빨리 진행된다고 할 때) 그정도 시간이 주어져야만 어느정도의 오류가 그나마 적은 브랜드의 윤곽과 방향성이 설정되는것이 보통인데, 이런 아이덴티티의 설정과정을 윗분께 보고해야 한다는 이유로 3주만에 만들어 내라고 한다면(대부분 이렇게 이야기 한다.. 지금은 정확성 보다는 방향성을 담은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 내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단기간에 무엇인가를 보여주는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그 사이에 고민을 하고 좀 늦더라도 옳은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한가.. 누구를 위한 스피드인가? 나를 위한것인가? 소비자를 위한것인가? 아니면 보고를 받는 그 분을 위한것인가?
이러한 문제는 마케터로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늘 존재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회사는 빠른걸 좋아하는 것 같다.. 아니 빨라야만 하는지도 모르겠다.
회사에서 중요한 자리에 있는 분들이 보기에는, 어떤 의사결정을 위한 깊은 생각은 어떤일을 하고 있다는 그 무언가를 하는 상황을 보여주지 못하니까 말이다.. 무언가를 어떻게든 결정해서 보고해야만(실제로는 그것이 틀린 방향일 지라도) 열씸히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것 같다.
잘못된 결정이라도 일단 실행한후에 실패해도 아.. 그래도 했잖아.. 라고 생각하는 일견 옳은 관점일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작은 시도일때는 괜찮다. 하지만 브랜드의 방향성을 선택하는 정말로 중요한 일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럴경우, 참 난감하다.. 배우고 익힌 사람의 입장에서,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 소위 전문가라는 입장에서 어떻게 이 일을 처리할 것인가? 그저 내 윗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자기가 갖기 위해서 나는 이걸 3개월만에 만들어서 보고할 수 있다 라고 하는 그 그럴듯한 허세를 위해 나의 의견을 꺽어야만 그렇다고 동조해야만 하는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다. 슬프게도...
다만, 내가 저 보고하는 분보다 아니 잠시동안의 예쁨을 받기 위해서 아둥바둥 하는 내 상사보다, 이 브랜드를 더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위안일까? 많은(잘 아시고 잘 맞춰 주시는 분들도 물론 계시지만) 잘 모르는 성취도가 높은 윗 분들은 "마케팅에는 답이 없다! 정해진것이 없지 않냐! 책에 나온대로 하는거면 나도하겠다!!" 이런 말을 너무 쉽게도 한다.
슬프지만, 그런 조직에 몸을 담고 있다면 어쩔수는 없는것 같다.
내가 그런 조직을 떠나 좀 더 자유롭게 내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겨가던가 아니면, 그런 슬픈 제한적인 상황속에서도 에니그램을 넣듯 작은 발전이나마 이번 기회에 조정하는(전체를 올바르게 만들고자 하는 의욕을 좀 줄이면서) 수준에서 만족할 수 밖에는 없다.
마케팅담당자가 이야기 하는(심지어는 전문가인데) 전략이 모두 수용되는 회사는 많이 드물다고 생각하는것이 맞다. 왜냐? 실제로는 그렇게 이상적인 변화를 하려먼 시간과 노력 그리고 기존의 기준이 너무 과도하게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리해보면 내가, 스피드와 방향성을 이야기하는것은 이렇다.
마케팅담당자의 가장 큰 고객은 내부고객이다. 언제나 그것이 제일 어렵다.
왜냐하면 그들은 시장을 잘 알고 지금까지 성공을 이끌어왔으며, 나름대로 자부심이 넘쳐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들을 넘어서야 외부고객 소비자가 존재한다.
스피드와 방향성의 중간에 서 있다면, 생각해보시라, 어제보다 오늘 이 브랜드가 이러한 수정과 조정을 통해서 무엇이 좋아졌는지 말이다.
조금이라도 좋아지는 것이 가능하다면 방향성을 만족시켰다고 생각해 보자. 작은 변화가 모여서 커다란 방향성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직원으로서의 마케터의 덕목은 내부고객과 외부고객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마케터에게는 다음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너무 조급해 지지 마라. 비즈니스는 계속 된다.
아니 계속 되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