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산귀촌

마을 공식 활동에 첫 참여

아침7시부터 편육과 막걸리

by Yunus 유누스


동네 분들과 함께 새벽 다섯시부터 마을 도로와 농지 도로 주변의 풀들을 깎았다. 주민 대부분이 기본으로 소지한 예초기가 나는 없으므로, 잘려나간 풀을 긁어모으는 '긁개'를 챙겼다가 슬쩍 상황을 보니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녹색 도로비를 들고나갔다. 내가 하는 게 의미가 있나, 맞나 싶은 의구심을 끝까지 품은 채 일한 지 한 시간 반이 될 무렵, 이장님이 탄 트럭이 내 옆에 선다. 됐어 이제, 회관으로 가서 밥 먹자고, 말씀하시곤 쿨하게 다른 주민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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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게 되면 마을 분들과 얘기를 나눌 텐데, 듣기 싫은 이야기가 오고 가면 어쩌지 망설이다가, 어차피 겪어야 할 상황이라면 빨리 익숙해지자는 마음과 한 번이라도 더 얼굴을 익히자는 마음에 회관을 향한다. 식탁에 자리 차지하기가 무섭게 아기는 어때, 이쁘지? 제수씨는 건강하고? 잘 챙겨야 해, 애는 둘은 가져야지, 강아지는 잠시 밖에서 키우는 게 좋을 거야, 어휴 내버려둬 알아서 어련히 잘하게 생겼구먼, 막걸리나 마셔. 어르신들은 각자 조언을 던지시다가도 서로 견제해 주신다. 술도 마찬가지다. 아, 저는 안 마십니다, 그래 술은 시작도 하지를 말아, 우리끼리 마시자고 껄껄.


귀촌을 계획하며, 취약한 각종 생활 인프라만큼이나 걱정했던 부분은, 동네 어르신들의 지나친 관심과 간섭이었다. 그러니, 오늘처럼 가깝게 모이는 날은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핑계를 만들기 위해 잠시 머리를 굴리게 되는데, 겪어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뭐야, 나한테 관심이 아예 없으신 건가 싶을 정도로 화제 전환이 빠르다. 적당하다 못해, 섭섭하다.


식었지만 맛있는 김치부침개와 편육, 수박으로 아침배를 채우고 집을 향한다. 조금씩 우리 마을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진다. 우리 동네, 우리 이웃, 우리 마을.


내가 사는 우리마을, 아산시 선장면 신성2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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