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산귀촌

비포 애프터 리모델링 50년 된 집

두 달밖에 안 됐는데 벌써 추억이 되어가네

by Yunus 유누스
KakaoTalk_20250529_231909025.jpg?type=w966

늦어도 출산 한 달 전에는 리모델링을 끝내 달라는 무리한 요청에 인테리어 업체는 계약과 동시에 작업에 착수했다. 겨우 한 꺼풀 벗겨낸 사진 수십 장을 받았을 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말 우리가 계약한 집이 맞나.


업체의 뻔한 앓는 소리라고 생각했던 손댈 곳이 끝이 없다는 투정은 실제 현장을 드나들어보니 인정할 수밖에 없다. 속을 들여다보니 헛웃음만 나온다.


지붕은 철판 한 장, 벽체는 스티로폼 한 장, 울퉁불퉁하고 경사진 마루와 방바닥. 벽은 인접한 바닥이나 벽과 전혀 수직을 이루지 못했다. 부엌 천장은 다락이라 머리가 닿을까 말까 했다. 50년 전에 지어진 몸뚱이와 뼈대를 수 없이 부분적으로 뜯고 덧대며 붙여댄 집이 멀쩡할 리가 없다. 집으로 프랑켄슈타인을 구현하라면 딱 이것이다. 구조와 더불어, 단열, 통풍, 동선 등 무엇 하나 견고하고 합리적인 것이 없다.

KakaoTalk_20250529_224147894_17.jpg?type=w966
KakaoTalk_20250529_224147894_15.jpg?type=w966
KakaoTalk_20250529_224147894_16.jpg?type=w966
KakaoTalk_20250529_224147894_14.jpg?type=w966
KakaoTalk_20250529_224147894_12.jpg?type=w966
KakaoTalk_20250529_224147894_13.jpg?type=w966
KakaoTalk_20250529_224147894_10.jpg?type=w966
KakaoTalk_20250529_224147894_11.jpg?type=w966
KakaoTalk_20250529_224147894_09.jpg?type=w966

업체가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소위 '집'이라는 공간으로 결론이 날 수 있을까.


매매에 앞서 집을 다섯 번 이상 방문하고 살펴보던 때에는 이런 것들을 전혀 몰랐다. 잘 모르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시골집이라는 건 뜯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한옥은 아파트와 달리 짓는 사람 마음인지라 규격화된 정답이 없고 봄에는 아랫집 김 씨 아저씨, 여름에는 건넌 마을 철수네가, 이듬해 겨울에는 큰 댁 형님이 만진 것이라 비전문가들의 오답은 넘쳤다.


세컨하우스로 집을 구매했던 나이 드신 원 매도인 역시 집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다. 도면은 둘째치고 건축물대장, 토지대장, 토지경계 등 건물과 땅, 주변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었다.

KakaoTalk_20250529_224147894_23.jpg?type=w966
KakaoTalk_20250529_224147894_07.jpg?type=w966
KakaoTalk_20250529_224147894_05.jpg?type=w966
KakaoTalk_20250529_224147894_06.jpg?type=w966
KakaoTalk_20250529_224147894.jpg?type=w966


집은 부동산도 아니고, 부동산 플랫폼도 아닌 당근마켓에서 발견했다. 부동산 측은 신뢰가 가지 않는 태도와 껄렁한 매너로 소통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공인중개 자격이 없어, 자격이 있는 후배를 대동해야 했다.


우리는 집을 구하고 공사하는 일체의 과정과 결론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었다. 희망적인 이야기보다 우려와 걱정 -대부분 우리가 백번 정도 고민해 봤을- 을 쏟아냈을 것이고 반면, 우리는 강력하게 원했으므로.


우리는 하나의 마음으로 나아갔다. 결론적으로 이 집과 마당은 츄와 새로 태어날 아이를 포함한 우리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겪었던, 겪고 있는, 겪을 문제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아니, 이것들은 문제도 아니라며 서로를 방어하고 격려했다.


계약, 리모델링 과정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도 겪었고, 해결이 어려운 문제(비염, 거름 냄새, 벌레, 서울과 달리 거리와 퀄리티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생활 인프라, 가족 및 친구들과의 물리적 거리, 보안, 소득활동, 육아 등등)가 여전히 즐비하다. 해결하지 못할 중대한 문제도 있다.


다만, 일어난 문제들은 모두 해결했고, 예상되는 문제들은 예상에 불과하다. 해결하지 못한 중대한 문제 역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이번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배우고 있는 것은 일어나지 않은 것에 대한 걱정의 쓸모없음이고, 원하는 것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어떻게든 해결된다는 것이다. 즉, 중간에 마주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의 핵심은 지식이나 정보의 유무가 아닌, 의지라는 것.

KakaoTalk_20250522_233551449_14.jpg?type=w966
KakaoTalk_20250522_233551449_10.jpg?type=w966
KakaoTalk_20250522_233551449_09.jpg?type=w966
KakaoTalk_20250522_233551449_06.jpg?type=w966
KakaoTalk_20250522_233551449_05.jpg?type=w966
KakaoTalk_20250522_233551449_03.jpg?type=w966
KakaoTalk_20250522_233551449_01.jpg?type=w966
KakaoTalk_20250522_233551449.jpg?type=w966
KakaoTalk_20250606_162335679.jpg?type=w966

결혼 후 민지와 나, 츄가 한 팀이 되어 가장 멋지게 돌파하고 있는 순간들이 아닌가 싶다. 축구로 따지면,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를 이겼다고나 할까.


게다가 우리 팀에는 정윤이가 합류했다. 우승이 눈앞에 보인다. 삶이라는 게임에 대한 승리가.


하고 싶은 것이 확실하면, 하자. 하면 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 얼마만의 이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