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은 쉽냐?
1. 우리 집 앞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어르신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새벽부터 휴일 없이 일하시던데, 힘들지 않으세요?"
"우리는 추워지면 쉬니까, 바짝 해야지 허허."
"그래도 대단하세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직장 다니는 사람은 뭐 쉬운가? 허허"
2. "서울 가서 취직이나 할까"라는 상상은 영 어색하다. 반대로 시골 가서 농사나 지을까라는 한탄은 익숙하다.
3.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지을까'라고 말하면, 누군가는 반드시 '엄청 부지런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힘든 일이니, 지금 하는 일이나 열심히 하쇼'하고 대응할 수 없는 반문을 던진다.
4.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나를 떠올려본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업무, 출근 준비 및 이동 시간에 최소 12시간을 쓴다. 내 또래가 통상적으로 도달하는 직급의 경우, 야근+정신적 업무를 포함하면 체감상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일하는 느낌일 것이다.
5. 서울에서의 사무직은 엄청 부지런해야 잘 해낼 수 있다. 설렁설렁하면 과실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도시나 시골이나 마찬가지다.
6. 귀촌을 하니 해탈한 사람인 냥 치켜세워지는 경험을 많이 한다. 그럼 그냥 칭찬인가 보다 하고 넙죽 받아먹었는데, 내 돈이건 은행 돈이건, 전세건 매매건, 1인 가구이건 4인 가족이건, 반복의 연속인 직장 생활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나를 내려놓아야 하는 삶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귀촌한 우리 가족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최소' 우리만큼 대단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7. 삶의 모든 방식은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바로 실행하라"는 두서없는 SNS 짤들에 속지 말자. 삶의 어떤 목표는 더 기다리며 아름다워지는 것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