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산귀촌

40세의 귀촌은 고민이 많다

치고 올라가는 시점에 은퇴하기 때문이다

by Yunus 유누스

아이러니하게도 귀촌을 결심한 시점은, 서울에서 작은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었던 최초이자 마지막 시점이었다. 모은 돈은 없지만, 은행에게 과도한 대출을 애걸할 수 있는 부부합산소득 흐름에 막 올라탔기 때문이다.


귀촌을 결심하던 당시 우리는 8개월 후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회사는 투자 유치를 앞두고 분전하고 있었고 나는 관리직 훈련을 받는 중이었다. 아내 역시 승진의 흐름을 타고 있었다. 둘 다 소비와 재테크에 관심이 없어서 잔고(의 미래) 역시 안정적이었다. 이건 우리만의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부부 중 한 명이 40대이면서 성실하게 출근을 했고 돈 장난하지 않았다면 나타나는 그래프 양상이다. 서울 외곽의 20평이 안 되는 전셋집, 급 낮은 국산 중형차, 평일에는 관리가 잘 된 반려견과의 저녁 산책, 주말에는 근교의 대형 카페에 앉아 폰질, 1년에 한 번은 동남아나 일본 여행 (우리는 반려견과의 국내 여행으로 대체했지만)이라는 일상 사이클을 한 단계 올리는, 고난과 역경의 티 안나는 반전이 시작되는 시점이랄까.


그렇기 때문에 은퇴와 귀촌을 하기에는 많이 이른 40세의 귀촌을 향한 잔소리들은 합리적인 측면도 있었다. 조금 더 기반을 마련하면 더 나은 환경에서 귀촌할 수 있지 않은가, 출산과 산후조리는 마땅한가, 갑자기 아이가 또는 반려견이 아프면 도보로 병원에 도달할 수 있는가, 약국은 가까운가, 여유로운 여가를 보낼 시설은 있는가, 헬스장은, 편의점은, 아이의 교육은, 노후는?


이 잔소리들은 타인으로부터 나오기도 하지만, 우리 부부 스스로 백 번도 넘게 던진 질문들이다. 이 모든 항목 또는 높은 우선순위를 가지는 항목 몇 가지만 해결되면 귀촌할 것인가를 묻다가, 해결도 불가능하고 실행만 늦춘다는 결론이 났다. 그래서 질문을, 더 정확히는, 관점을 바꿨다. 더 좋은 환경에서의 귀촌은 그날이 오기까지를 기다리는 시간에 대비해 충분한 가치가 있는가, 출산과 산후조리는 일시적 이벤트이니 분리해서 고민할 수 있을까, 아이나 반려견이 아프지 않도록 관리하고, 만일을 대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침착한 마음을 가지는 훈련을 하면 어떨까, 주기적으로 여유를 찾아 헤매야 하는 정신 상태를 만들지 않는 건 어떨까,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시골길을 달리며, 집을 돌보는 노동으로 건강 관리를 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전략적으로 장을 보고 몸에 안 좋은 음식을 줄이면 어떨까? 그러니까, 앞서 우려했던 사항들에 대한 최선책은 아니지만 예방하는 삶의 태도를 가져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으로도 귀촌을 결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한 번 더 생각을 고쳐 먹고 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는 한 가지 질문이자 태도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이 모든 것이 잘 풀리지 않아서 오는 스트레스의 총합을 앞지르는 행복한 일상이 있다면 어떨까. 건강, 편의와 편리, 신속함 등이 부족해도 도달할 수 있는 행복한 마음 상태가 있다면 되는 것 아닐까. 물론 이 상태는 도인급의 직장인 상태에서도 가능한 사례를 목격했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했기에 제외하기로 한다.


귀촌이 어려운 각각의 이유를 타고 거슬러 올라가면 불안이라는 하나의 시작점이 나온다. 이 불안은 높고 안정적인 수입에서 파생되는 질 좋은 일상의 결핍이나 사회적 명성에서 온다. 높고 안정적인 수입은 높은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높은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에 병을 만든다. 슬픈 연결고리이다. 미래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현재의 스트레스를 감수한다. 병을 만드는 일상이지만 치료비도 있으니까 괜찮다. 병을 만들지 않는 일상을 만들라는 말은 좋지만, 실패하면 죽음이므로 도전하기 두렵다. 인생은 수평 상태에서 사방팔방으로의 움직임이 아니라, 수직 상태에서 위아래의 이동인 것만 같다. 심지어, 아래로의 움직임은 곧 추락이다.


삶의 목표가 사회에서의 성공 -부, 명성, 권력 등- 인 경우를 제외하고, 귀촌을 꿈꾼다면 가장 고민해봐야 할 것은 안정적인 공급망 -그것이 소득이건 생활 인프라이건- 없이 독립된 행복을 만들 수 있느냐이다.


이제 귀촌 100일이 조금 넘었지만 아직까지는 불편함은 예상보다 적고, 누리는 행복은 크다. 한 인간이 자아를 찾아나가면서 얻는 가치가 큰 것처럼, 가정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우리 가정의 자아를 찾고 있는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산책 중 포착한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