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말을 못해
어릴 땐 내 내가 전혀 모르는 세상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마주 앉아있는 공간에 압도되어서 우물쭈물했고, 요즘엔 아픈 곳이 많아서 "여기 아파요? 여기는? 여기도요?" 라고 물어보면 다 아프다고 대답하기도 그렇고 대답하지 않자니 후환이 두려워 결국 아, 헷갈리네요. 거기도 아픈데 여기도 아프고. 언제부터 아팠냐는 질문에 며칠 전부터라고 대답했는데 생각해보니 1년은 더 됐다. 이걸 자세하게 얘기 안해도 되나? 지난 번 다른 병원은 자세하게 얘기하니 상관없다는 반응이 기억나서 머뭇거린다. 병원만 가면 바보가 된다.
진료를 마치고 대기실에 앉아있는데, 접수 창구 직원과 80은 족히 넘어 보이는 어르신이 스무고개 중이다. '드시는 약 있으세요?' '내가 아침에 박카스 하나 먹었지. 그걸 먹어야 안아파' 내 마음이 다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