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를 닦다 못해

곰팡이. 더 나은 인테리어를 향한 채찍

by Yunus 유누스


온습도 조절 실패를 틈타 전선을 넓힌 곰팡이 제거를 위해 가구를 잠시 빼낸다. 차가운 벽과 난방이 닿지 않는 바닥이 만나 생긴 것 같은데 벽면에는 가구를 두면 안되겠다. 그 가구들은 아기의 놀이 공간에 맞춘 모듈 구성이라 일부만 남기는 것은 의미를 크게 상실한다. 고민에 잠긴다. 잡동사니를 모아둔 창고방을 놀이방으로 바꾸기로 한다. 휑했던 거실 한 구석에 창고방에서 꺼낸 수납장을 밀어 넣는다. 그 위에는 가훈 포스터와 와인, 가족 사진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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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놀이 공간이었던 곳은 실내 운동용 사이클과 독서 의자, 낮은 수납장으로 채운다. 사이클은 정면으로 두었다가, 측면으로 두었다가, 어떻게든 투박하지 않은 척 머리를 써본다. 배치를 끝내고 보니 차가워보여서 거실 가운데에 있던 스탠드 조명을 끌고와 세운다. 불을 켜니 봐줄만 하다. 여전히 뒷편 커튼이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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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스탠드 조명이 있던 곳에 세울 새로운 조명을 검색한다. 가구는 물론, 소품 하나까지 고심하는 편인데, 요즘에는 거실 수납장 위에 둘 뭔가를 살 때도 집안 전체와 연관하여 고민한다. 돈이 부족하니, 검색부터 구매까지의 시간이 길어진다. 고작 한시간 전에 주문해놓고, 왜 배송 업데이트가 없나, 마음이 조급하다. 빨리 배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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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자리를 꿰찬 공기청정기가 영 안예쁘다. 기능성 제품이라고 그냥 넘어가기가 싫다. LG오브제 공기청정기를 검색한다. 가격을 본다. 쿠폰을 먹여본다. 뒤로가기 버튼을 누른다. 적용 평수를 낮춰 한단계 낮은 모델을 클릭한다. 가격을 본다. 쿠폰을 먹인다. 조용히 닫기 버튼을 누르고 생각한다. 위닉스가 어때서 하얗고 예쁜데 뭐. 다시 같은 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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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성장하며 사용 빈도가 낮아진 크고 작은 아기 용품들을 당근마켓에 올리거나 실외로 꺼내 실내를 가볍게 한다. 아기의 뒤집기 능력이 상승함에 따라 기저귀 갈이대 역시 처분한다. 이제 모든 바닥이 아기의 놀이 공간이고 기저귀 갈이대가 된다. 아기가 편하게 놀면서도 안전해야한다. 하지만 집안의 예쁨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역시, 고민이 깊다. 기저귀 가는 매트 사진이 너무 감성적으로 나왔다.. 내 기저귀도 갈고 싶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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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외톨이 의자를 임시로 시계 아래 썰렁한 벽에 기댄다. 못생긴 것 치고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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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와 조명, 소품들을 검색하다보면 아무리 막눈이라도 예쁜 것들은 티가 난다. (가격이 비싸다) 모조품들은 한계가 느껴진다. 그래서 나의 종착지는 독창적인 디자인이다. 벽면, 장판, 큼직한 가구들의 색상과 형태를 튀지 않는 것들로 설정해두니, 나머지는 조금 특이해도 전체적인 무드를 해하지 않는다.


이 과정을 통해 기억에 남기고 싶은 것은, 우리 부부의 팀워크다. 안전을 위해 아기의 낮잠 시간 -약 한시간씩 두번-을 조용히 활용해야 했고, 부부의 성격상 판을 길게 끄는 것도 좋아하지 않으므로 내일 마저 하자는 없다. 이게 예쁠까 저게 예쁠까 고민하기보다, 누군가 초안을 내면 일단 들어옮긴다. 다행히 초안의 성공률이 준수하다. 아내는 내 아이디어를 믿어주는 편이다. 중간과 마무리 단계의 청소도 빠르다. 정하지 않아도 분담이 되고 잔소리 없이도 빠르다. (50일 여행 후의 짐정리도 한 시간이면 끝난다) 참고로 아내는 군인을 했으면 참 잘했을 것이다. 필승.


전원주택의 곰팡이는 골칫거리다. 방어도 뒷처리도 어렵다. 우리같은 시골 풋내기에게는 더 막막하고, 아기에 대한 집중도가 최대치에 다다른 이 시점에는 더욱이 중대한 문제다. 공포를 자아내는 검푸른 곰팡이와 축축한 바닥, 그리고 애초에 그 영역은 외벽쪽이면서 난방이 닿지않는 것은 지금이나 미래에나 마찬가지인 사실임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다만, 우리 부부는 한숨을 진짜 딱 한번 쉰다. 그리고 해결한다. 이가 안되면 잇몸으로. 내 잇몸이 안되면 아내 잇몸으로.


곰팡이 덕에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이 즐겁게 흘러갔다. 방의 구조와 가구 배치는 일상의 효율을 올렸고, 조명과 액자로 몇몇 구석이 따뜻해졌다. 소음과 부산함에도 우리를 물어뜯지 않고 언제나 얌전한 츄에게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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