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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캔두잇 Mar 03. 2021

30대 남자의 육아 다짐

설날 조카들과 같이 놀면서 느낀 감정

2월 설날 당일, 누나들과 난 부모님 집에 모였다. 누나들은 결혼했다. 큰 누나는 아들과 딸 총 2명, 작은 누나는 딸 1명을 데리고 왔다. 난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카는 달랐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정말 귀여웠다. 그래서 하루 종일 같이 재밌게 놀아야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예상 와 달리, 오랜만에 만난 조카들과 노는 일이 즐겁다기 보단 지루했다.


결혼학개론의 저자는 아이를 키우는 일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견해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아기를 키우는 전체 시간 중 97.3퍼센트의 시간은 끝없이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과로 채워진다. 집안에서 왔다 갔다 하기, 집안 정리하기, 개연성도 재미도 없는 책 읽어주기, 장난감 자동차 밀어주기, 주스 만들기, 서류 작성하기, 블록 쌓기, 빨대 컵 씻기, 인형 옷 입히고 벗기기, 끝도 없는 상황극 하기, 욕조 물 채우기, 욕조에서 배변 뒤처리하기, 밍밍한 음식 만들기, 아이가 2분간 가지고 논 장난감 치우기 등.


저자가 말한 것 중 특히 공감되는 것은 ‘끝도 없는 상황극’이다. 의사 놀이, 엄마 놀이.. 솔직히 뭐가 재미있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근데 조카들은 즐겁다고 웃는다. 내 속마음도 모른 채.


저자는 아이를 위해서 친척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 말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고모, 이모 같은 어른은 아이에게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뿌리가 어디인지를 알게 해주는 든든한 존재다. 회복탄력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다수의 (친척과의) 좋은 인간관계는 아이가 역경을 딛고 일어서도록 돕는다.


결국 설날 하루 동안 조카들이 지칠 때까지 계속 놀아주었다. 솔직히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가까운 미래에 아이가 생기게 될 경우를 생각해보았다. 내가 아이를 낳을까, 만약 아이를 낳는다면 어떻게 키울까. 한참을 생각한 것 같다.


아기를 낳을까, 낳지 말까


내 주변을 보면 대다수가 아기를 갖지만, 간혹 아기를 낳지 않는 지인들이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신혼을 즐기기 위해, 아이 갖지 전 서로의 직업적 커리어를 단단히 다지기 위해, 아이 키우는 일이 부담돼서 등등. 특히 여자들의 육아에 대한 부담을 상당한 것 같다. 왜냐하면 맞벌이가 대세인 현대사회에서 워킹맘으로 아이까지 신경 쓴다는 것이 누가 봐도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학개론의 저자는 여성의 육아 부담에 대한 이유를 2가지 제시한다.


첫째, 엄마를  양육자로 보는 전통적 시각이 지금도 지배적이다. 워킹맘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둘째, 부부는 아이가 없을    지낸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모가 되고 나면 아빠보다는 엄마가 결혼생활에서 불만족을 더 많이 느낀다고 한다. 왜냐하면 아빠가 주로 아이와 함께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라면, 엄마는 아이 옆에 있어 주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즉 엄마는 항상 아기 옆에 대기하고 있어야 하므로,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부담이 크다.


아기를 낳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위에서 언급했듯, 아기를 낳는다고 결심하는 것은 부부에게, 특히 여성에게 상당한 부담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낳는다면 남자로서 난 어떻게 육아를 해야 하는가?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평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 관해 엄마가 주 양육자로 하되, 아빠는 단순히 도와주는 관계는 부부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 본다. 따라서 결혼학개론에서 제시하는 4가지 방법을 지침으로 삼아 육아를 하고자 한다.


첫째, 양육비로 쓰는 돈을 행복한 결혼생활의 투자라고 생각하자.  책에서 제시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용을 들여서 시간들 버는 사람들, 가령 집안일이나 육아 같은 일에 비용을 들여서 외부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훨씬 행복했다고 한다.


둘째, 아이가 어릴  내가 육아 휴직을 한다. 저자는 다음의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11개국을 조사한 영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사 노동을 공평하게 나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이가 아주 어릴 때 아이와 상당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자는 그 방법으로 남성 육아 휴직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이유에 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인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 아버지 혼자 아이를 몇 주에서 몇 달간 돌보면, 장기적인 면에서 아버지와 아이의 관계가 더 친밀해진다. 그런 경험을 통해 남자는 단지 집에서 조력자 역할을 제공하는 데 그쳤던 사람에서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능력을 즐기며 집안일에 책임감을 느끼고 집안을 돌보는 사람으로 변화한다.”


나의 경우, 다른 회사와 달리 자녀 1명당 3년의 남성 육아 휴직이 보장되어 있다. 직장 생활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것만큼은 좋은 것 같다.


셋째, 항상 아이보다 배우자를  사랑하자. 책에서 말하길, 아이는 부모가 자신만 사랑해주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는 열두세 살만 되어도 부모가 보이는 모든 관심에 혐오감과 불신, 혹은 시큰둥함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아이는 내 배우자가 될 수 없다. 아이에게는 다른 우선순위가 있다. 나를 우선순위에 놓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일인 것이다. 교육 전문가 오은영 박사는 말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의 최종 목적은 아이를 독립시키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와 별개의 독립적 인격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결국 내 옆에 남는 것은 배우자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넷째, 아이를 키울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결혼학개론의 저자는 아이를 키울 때 내 방식만 옳다고 사고방식을 경계하라고 언급한다. 누구도 완벽한 부모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가장 좋은 양육법으로 '권위 있는 양육 태도'를 제안한다. 즉, 아이의 인생에 지나치게 관여하지도, 너무 무관심하지도 않은 태도를 말한다. 다시 말해 아이를 지지하고 격려하지만, 지나치게 관심을 쏟지 않는 것이다. 나도 적으면서 생각하지만,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미래의 아이를 생각하면 걱정과 설렘이 동시에 든다. 미래의 아내를 만나 아이를 낳고 육아를 잘할 수 있을까?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한편, 설레기도 하다. 아이가 크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성취감과 뿌듯함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일 테니 말이다. 실제 결혼해서도 위 5가지 지침만은 잊지 말자는 다짐과 함께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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