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순간이 아득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질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 붙여야 할 때 된장찌개를 끓인다.
냉동실에서 잘라둔 다시마와 육수용 멸치 여러개를 집어 육수를 팔팔 끓이며 야채를 손질한다.
도마 위에서 통통통 잘려 나가는 푸른 것들을 색별로 정리해두고,
멸치와 다시마를 건지고 된장을 두 스푼 정도 푹-하고 퍼 푼다.
끓어오르는 된장에 야채들을 넣고, 가끔은 고춧가루를 넣고,두부도 넣는다.
무엇을 넣고 끓이건 어울리는 된장찌개가 끓어오르며 익숙한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진다.
오늘은 냉이를 넣는다.봄 맛을 느끼려고.
파르르 끓어오른 된장찌개는
비현실의 발목을 붙잡고 오늘로 돌아온다. 익숙해서 지루하고, 익숙해서 평온한 그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