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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은 작가 Jul 20. 2018

동네가 정겹기 시작해졌다.

치호이야기

치호가 어느새 세 살이 되고, 무슨 말인지 한참 생각해야 알아 들을 수 있던 말들이

또렷해지고 있다. 아이가 재잘대는 목소리와 어설픈 단어를 연결한 문장이 귀여워 웃는 일이 늘어났다.


며칠 전엔, 거실에서 치호와 놀고 있는데 베란다에 새 두마리가 날아왔다.

선물 받은 토마토 화분 덕분에 가끔씩 새가 놀다 가는데,

치호가 놀란 눈으로 새를 바라 보길래

"치호야 저건 새라고 하는거야. 새한테 인사해- 안녕, 나는 치호야"

라고 알려줬더니 손을 흔들며 "안뇽"한다.

아이의 티없이 맑은 눈빛이 예뻐 웃는다.

아이는 "새" "새"연속으로 발음하며 뛰어 다닌다.


일년 전, 연고 없는 동네로 이사와 적응이 힘들었다.

전에 살던 동네는 편의시설이 가까이 있었는데,

이곳은 모든 것이 꽤 멀리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먼 것도 아닌데, 멀 게 느껴진다.

장점으로는 4층이고 아파트 맨 끝 단지라, 거실의 풍경이 온통 나무다.

온 계절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작년 이맘 때, 집을 보러와 거실에서 보이는 나무 풍경에 반해 그날 바로 계약을 했다.

이 집에 살면 좋은 일이 올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실제로 일년 간 많디 많은 머리아픈 일들이 흘러 지나 오늘이 되었다.


생전 정들지 않을 것 같던 동네 풍경에 눈에 익고,

편의 시설이 멀어 불만이 아니라 오히려 조용하고 깨끗해서 좋다,생각 된다.


무엇보다 치호가 땅과 나무와 개미를 알며 크고 있다.


"새,새" "꽃" "나무,나무" "개미!개미!" "빠방"


요즘 치호가 자주 외치는 단어들 중, 듣기 좋은 말들이 많다.

나무와 꽃과 개미와 새를 알며 크는 아이.


점점 "우리 동네"가 되어 가고 있다.

치호 덕분에.



#치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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