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일하다 쓰는 일기
성남시민대학에서 5주의 <문학읽기>수업을 하고 있다.
돌아오는 화요일은 김훈 작가님의 산문 <라면을 끓이며>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 책은 분명 집에 있던 책인데, 없다. 책에 발이라도 달렸나.
결국 찾기를 포기하고 그제 다시 샀다.
책을 읽다 상념이 꼬리를 문다. 생각은 허공에 떠다니고, 떠다니는 생각이 글이 된다.
이런 책이 진짜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내 생각을 건드려 주는 문장이나 느낌이 있는 책.
책을 읽다, 내 책을 쓰고 싶어 근질거린다.
올해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 <세상의 모든 위로>와 더불어
개정 신간까지 출간해 3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다.
아무리 글을 쓰는게 행복해도, 글이 다시 목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기다리자-며 참고 있다.
그간 숱하게 쓰고 싶은 아이디어가 지나간다.
그래도 참는다.
나의 몸과 삶을 통과한 글은 다르다.
더 다양하 생각과 시선이 삶을 통과해 흐르길 기다리고 있다.
툭,하고 건드리면 후두둑 목차와 글이 쏟아지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김훈 작가님의 글은 이 순간이 더 빨리 오길 재촉하는 글이다.
손가락까지 근질거린다. 타자 치면서 책 쓰고 싶어서.
그래서, 근질거림을 참을 수 없어 브런치를 열어 글을 쓴다.
책이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밥, 돈, 몸 ,길, 글 이렇게 부제목이 간명합니다. 이유가 있으신 건가요?
김훈 작가 : 그것들은 다 인간의 일상을 말하는 것이다. 일생, 매일 매일의 생활을 하나의 부로 삼은 것이다. 라면도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다. 나는 일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글이나 정치나 철학이 생활의 바탕을 상실하면 그것은 다 허상이거나 관념이거나 인간과 동떨어진 언어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생활과 사실의 바탕을 확보하는게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문학동네>저자 인터뷰 중 발췌-
나도 일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문학이란 무엇일까? 삶이다. 우리 삶의 일부를 떼어 글로 읽는 것이다.
해서, 일상 속에서 글감을 찾고 에세이 쓰기를 중요시 생각한다.
일상에서 글감을 찾는 것은 나를 들여다 본다는 것이다.
나를 들여다 보는 행위를 반복해 감정과 나를 연결하는 방법을 터득하면 살기가 조금은 편안해진다.
강연을 짜며, 다음주 강의날을 머릿속에 그린다.
시작할 때 틀어드릴 음악, 강의실 창 밖 풍경, 사람들 표정, 내가 움직이는 동선,
들려드릴 이야기 등등.
그리고 그 전과 후에 해야할 생활의 일들을 생각한다.
치호를 등원시키고 빠르게 처리하고 나가야 집안이 폭풍 전쟁터가 되지 않는다.
강연을 끝내고 돌아와,아이를 픽업해 만두를 사먹어야겠다.
매주 화요일은 옆 아파트 장이 서는 날이다.
그리고 화요일은 내가 치호를 픽업하러 가는 날이다.
(집사람과 나는 격일로 아이 하원을 담당한다.워킹맘,워킹파는 하원 담당일 퇴근 시간 맞추기에 조마조마하다.)
조잘 대는 아이의 손을 잡고 장으로 가 오뎅 한꼬치 손에 들려주고,
당일에 빚은 만두를 만원어치 사와야겠다.
동네 인심이 좋아 만원어치를 사도 18개나 준다. 푸짐-하고 따뜻한 만두를 호호 불며 저녁 시간을 보내야지.
가장 행복한 일상은, 평범한 날들에 아무 소란 없이 지나가는 날 아닐까.
누구도 아프지 않고, 누구에게도 큰 사건이 벌어지지 않고 또 하루가 지나가길 소망해본다.
그렇게 담담하게 하루를 살아가다보면
슬픈 일은 오래 담아두지 않고 흘러 가고
기쁜 일은 기뻐하되, 도취 되지 않고 흘러간다.
자연스럽게 흘러 가는 것, 그것이 켜켜이 쌓여 생활의 나이테를 만다는 것.
삶이 익어간다는 의미일까?
모르겠다.
(내 생각엔) 아직 너무 젊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