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놈은 된다. 줄여서 될 놈 될. 이 말은 힘이 있다. 사람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 될 놈 될이라고? 나는 될 놈일까? ’
될 놈 될 들으면 열에 아홉이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들은 될 놈하고 싶다. 피 터지게 노력해서 결과 기다리는 사람은 당연지사 될 놈 바라는 게 맞고, 지루한 인생 천금 같은 우연으로 뒤집히길 꿈꾸느라 될 놈 바랄 수도 있다. 될 놈 될은 누구의 편도 아니다. 보상받아 마땅한 놈, 놈팡이 같아도 팔자 좋은 놈 가리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될 놈 될까?
될 놈은 두 종류다. 타고나기를 될 놈과 이 악물고 될 놈 된 경우다. 타고나기를 될 놈은 거짓말처럼 될 놈 돼 있다. 그들은 자기도 모르게 될 놈 돼 있을 때가 많다. 종교의 측면으로 축복받고 태어났다든가, 전생 업장 잘 닦아서 근사하게 태어났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될 놈 되기까지 어그러짐이 잘 없고, 자연스러운 게 많아 처음부터 될 놈인 것처럼 그 자리에 있다. 그건 복 많은 놈이다. 복 많은 놈은 축하해 주면 된다. 이 풍진 세상 복 많은 놈 된 건 나름의 이유가 있어 용심 낼 필요 없다. 저놈이 왜 잘 될까 싶어 추측하거나 의심 말고 운 좋은 놈이라고 박수치면 된다. 내가 궁금한 건 이 악물고 될 놈 된 경우다. 제 팔자 이겨낸 독종 같은 인간들 말이다.
쓸만한 예시로 내 인생의 그런 놈들을 생각해 보자. 먼저 민규가 생각난다. 민규는 부자 아빠 만나 좋은 수저 물고, 사업적 감각과 수완을 잘 배우고 자랐다. 민규는 팔자 좋은 놈이다. 그러나 아니다. 민규는 아빠 덕에 다 됐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이 악물고 일한다. 하루도 안 쉰다. 어쩌다 쉬는 날 만나면 일하느라 얼굴 엉망 돼 있다. 혹자는 민규가 이 악물고 일하는 것도 다 아빠 덕이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부자 아빠 만났다고 자식이 만능일 거라면 오산이다. 걔는 아빠 덕이라는 한 줄의 오해도 없으려고 남보다 몇 배로 움직인다. 아빠 그늘 속에 화초처럼 자란 인생이 한 줌의 그늘도 반기지 않아야 해서 힘들다. 한 줌의 그늘도 반기지 않아야 오해 살까 말까다. 그 힘든 걸 반겨서 민규는 되고 있다.
다른 곳에는 우영이 있다. 우영은 장사를 한다. 팔자가 세서 수단이 좋아도 돈 모으기 어렵다. 한자리에 있으면 이골 나 돈 바짝 벌고 외국으로 돌아야 한다. 돈 벌면 쓰고, 돈 벌면 썼다. 경험치는 많아도 자산 모으기 어렵다. 그러나 우영은 돈에 혹하지 않는다. 남보다 배로 한 경험이 다시 돈 벌 자리 만들어 줄 걸 알기 때문이다. 우영은 요즘 카페를 한다. 인테리어만 장장 다섯 달이 걸렸다. 돈 때문이다. 바닥 타일, 전기 배선, 3M가 넘는 카운터와 매대 만드는 것도 직접 다 했다. 나무 잘라 톱질해서 만들었다. 직접 해서 돈 아꼈고 손님 많다. 우영이 바깥에서 구른 경험이 우영을 그렇게 만들었다.
우영과 민규는 공통점이 있다. 우영과 민규는 지지 않는다. 민규는 누가 오해하고 제멋대로 평가해도 지지 않고, 우영은 외국 돌고 돈 없어도 지지 않는다. 노력해도 오해 사고, 한때는 돈 없고, 우울하고, 팍팍하지만 고깟 감정에 안 지려고 이 악물었다. 독종이다. 그래서 잘 되는 중이다. 민규가 독종 아니었으면 아빠 돈이나 펑펑 쓰며 놈팡이 됐을 거고, 우영은 장사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 그 애들이 타고나서 잘 됐을까. 아니. 그 애들은 안 지기로 마음먹은 거다. 원래 세상은 팍팍하고 힘껏 노력해야 겨우 되는 걸 알아서 이 악물었을 뿐이다. 사람들은 멋지게 이긴 놈이 될 놈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인생은 지는 걸 죽기 살기로 안 해야 겨우 됐던 건데 말이다.
지지 않고 버티는 게 어렵고, 쓴 거 삼키고 단 거 뱉는 게 어려워서 될 놈이 적을 뿐인 것 같다. 이건 될 놈 많아지라고 하는 얘기다. 점 보는 사람의 소견으로 어느 인생이든 꽃 피는 시기가 있다. 어떤 인생이든 상승과 하향 곡선을 번갈아 그리기 때문이다. 떨어지면 올라간다. 그 시기를 잡으라고, 놓치지 말라고, 있는 힘껏 버텨서 더 크게 누리라고 말하고 싶다. ' 될 놈은 된다. ' 이 말이 힘 있고 끌리는 건 어떤 될 놈은 이 악물고 쉽게 된 놈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을 안다. 그들을 동경해서 저 말이 힘 있다. 나는 민규나 우영같은 독종이 자꾸 생기길 바란다. 어떻게든 살겠다고, 살아남겠다고 악착같이 떼쓰는 인간들이 좋다.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