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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우 Dec 09. 2023

나는 어떻게 무속인 되었나.(3)

신이 있는 일반인들.

 

 우리 집 조상 중 무속인 없고, 평생 학문에 정진하며 사주나 풍수지리에 능한 5대 조부가 대신으로 들어오고, 나는 이분의 유지를 받들어 글도 쓰고 점도 보는 이치라는 얘기를 마쳤다. 이제 우리 집과 비슷하게 양반이나 선비를 조상으로 둔 사람들이 있고, 하물며 무속인을 조상으로 둔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들은 왜 신 모시지 않냐는 얘기, 무속인 될 게 아니라도 신이 있는 보통 사람들에 관한 얘기를 이어 가려고 한다.


 전 편에서 인간이 신을 받아 점을 보려면 대신이 있어야 된다고 했다. 선대가 양반이나 선비라도 나처럼 대신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드물다. 조상이 대신으로 들어오려면 살아생전 얼마나 웅장하고 대단하게 살았느냐도 따질 수 있지만, 죽고 나서 대신으로 올 만큼 얼마나 공부에 매진했느냐가 요점이기 때문이다. 무교(巫敎)에서 사람은 사후 벌 받으러 지옥 가거나, 소멸하거나, 신 또는 인간으로 환생키 위한 공부를 하게 되는데 그 공부가 험준해 대신이 될 만큼 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살아생전 무속인인 조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분이 사후 대신으로 들어올지는 미지수라 후손이 꼭 무속인 되리란 법 없는 거다.


 그렇다면 대신만 신인가. 그렇지 않다. 살아생전 양반이나 선비였던 사람은 사후 공부하면 보통 대감 신으로 들어온다. 대감 신은 대신으로 앉아 점을 볼 수는 없지만 후대의 재산을 불려주거나 명을 늘려줄 수 있다. 살아생전 양반이나 선비뿐만 아니라, 거상, 장사꾼, 의, 말하자면 당신의 직업 분야에 특출나 명예나 돈 있던 조상이 대감 신으로 곧잘 들어온다.


 대감 신 있는 집안은 대감 신을 모실 수 있다. 대감 신은 점보는 능력이 없어 모신 이가 무당이나 무속인 되는 게 아니다. 모셔도 법당을 차리는 게 아니라 작은 함에 대감 옷을 넣어 장롱 위에 올려 두는 형식이다. 비슷한 갈래로 세준 신이 있다. 세준 신, 일명 세준 할머니는 살아생전 집안의 평안과 안녕을 빌었던 조상이다. 죽어서도 집안의 평안과 안녕을 비는 이 조상은 후대에 세준 할머니로 들어온다. 세준 할머니로 들어오는 조상은 보통 위로 4대다. 고조 뻘이다. 세준 신은 단지에 쌀을 넣어 장롱 위에 올려 두는 식으로 모신다. 이름도 유명한 신줏단지가 바로 이 단지다.


 신이 있어도 무당 안 되는 이들은 이러한 신들이 있다. 세준 신이나 대감 신이 인간 뒤를 따르는 격이다. ( 때때로 장군이나 선녀, 동자가 있는 일반인도 있으나 그들 얘기는 나중으로 미룬다. ) 이들은 앉아서 점 볼 신, 즉 대신이 아니기 때문에 한 집안을 뭉갤만한 풍파를 일으키진 않으나 후손이 명이 짧거나, 집안이 안될 것 같으면 일찍이 크고 작은 신병을 일으켜 앉혀달라 촉구한다. 이들이 일으키는 신병은 가정에 불화가 생기거나, 돈이 모이지 않거나, 누군가 계속 골골거리거나 하는 식이다. 외에도 천차만별이다. 대신이 들어오는 집은 신병으로 집안을 휩쓰는 풍파가 분다면, 이들은 그보다 약한 풍파가 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둘 다 집안의 복록과 후손의 명을 담당하는 신으로 누구보다 후손의 안녕을 빌기에 크고 작은 신병을 주고서라도 앉혀달라 애원한다.


 내 친구 중 세준 할머니 모신 이가 있다. 민규다. 민규는 이십 대 후반에 세준 할머니를 모셨다. 민규의 세준 할머니는 민규 위로 4대 조모다. 이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살아생전 기도를 많이 하셨고, 돈을 벌어 한 집안을 세운 분이다. 때문에 세준 신이자 금전을 틔워줄 수 있는 재물신의 역할로 들어올 수 있다. 언젠가 [ 미미에게 ] 시리즈 [ 민규 ] 편에서 얘기했듯 민규는 명이 짧고 애가 많은 팔자인데 이분을 모시고 살며 명을 늘리고, 애를 막는다. 민규네 집안이 사업으로 크게 된 집이나 세준 할머니가 신병 일으킬 때마다 몇 번씩 휘청거리곤 했는데 민규 녀석이 할머니 모시고는 온 식구가 잠잠하게 사업 잘된다.


 이렇듯 신이 있는 집안, 살아생전 명예나 부가 있고 사후에도 공부한 조상이 신으로 들어오는 집은 그 조상신의 생전 모습을 따르면 복록이 있다. 나는 5대 조부 살아생전처럼 글 쓰고 사주 보며 잘 살고, 민규는 4대 조모 생전처럼 기도하고, 사업하며 잘 사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유심히 지켜보는 브런치 작가 중 한 분은 글 쓰는 폼새가 예사롭지 않고, 들여다보면 윗대 벼슬했던 먼 조부가 글문 대감으로 따라다닌다. 글문 대감은 대감 신 중에서도 학문과 글을 관장한다. 그가 글을 잘 잘 쓰는 것도 그에게 있는 글문 대감 할아버지를 모르는 새 닮아 그렇다. 내 주변에 이런 사람 많다. 계속해보자. 다음은 미미와 또 다른 친구. [ 4화에서 계속 ]



민규에게 물어보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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