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있으나 무당 안 되는 일반인들 얘기를 썼다. 민규가 사업하지만 세준 할머니 모시고 일하는 것과 닮은 친구가 한 명 더 있다. 그는 이름 밝힐 수 없지만 이전 글에 언급한 대감 신을 모시고 있다. 그는 4대 조부를 대감 신으로 모시고 사업을 하는데, 그의 4대 조부는 살아생전 만물상으로 세계 각국을 돌며 박래품을 수입해 되파는 일을 했고 나의 친구는 그분을 모시고 비슷한 사업을 한다. 외국서 들여온 골동품을 되팔거나 하는 일이다. 일 잘하고 있다. 한 가문에서 조상신으로 들어오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의 생전 모습을 따라갈 때 집안이 번성하는 이치다.
신이 있는 일반인들은 이렇듯 세준 신, 대감 신이 따라다니는 경우, 아직 언급지 않았지만 장군 신, 동자 혹은 선녀가 따라다니는 경우가 있다. 장군이나 동자, 선녀가 따라다니는 경우는 훗날 다른 글에서 말하겠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미미의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다. 미미는 지금껏 [ 미미에게 ] 시리즈에서 언급한 인물로, 나의 신 스승이다. 무당이다.
미미에 관해 모르는 사람들 있을 줄 알고 다시 한번 말하자면 미미는 순자의 딸로 순자가 십 년 매일 빌고, 삼천 배 백 번도 더해 낳은 딸이다. ( 미미에게 시리즈 김순자, 우리 엄마 참조 ) 순자가 정성껏 빌어 낳은 미미는 태어날 때부터 연고 없는 천상 선녀가 있었고, 이 말은 즉 무당 팔자란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점 잘 보는 천상 선녀가 따라왔으니 모로 가도 점 보는 팔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똑똑한 천상 선녀가 있어도 무당 되고 법당 내려면 필시 대신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김순자를 짚고 간다. [ 김순자, 우리 엄마 ]에서 말했듯, 김순자의 집안은 무당 집안인데 그 이유인즉 미미의 5대 외조모가 살아생전 한 가닥했던 사람으로 죽어서는 대신으로 들어온다. 미미 법당 대신 자리는 5대 외조모가 차지하면 되었다.
미미 친가에 대신이 없는 건 아니다. 미미의 친가는 밀양 박가 양반 집안이고, 4대 조모가 평생 기도에 몸 바쳐 깨끗한 대신으로 들어오나 성정이 조용하고 차분해 천황 ( 굿판에서 노래나 춤을 부리는 일)을 잡지 않는다. 천상에서 신이 온 사람들, 특히 천상 선녀가 온 사람들은 그 임무가 천황을 잡는 일이고, 친가 대신은 천황을 잡지 않아 미미와 사대가 안 맞다. 그러나 4대 조모인 친가 대신도 자리가 있다면 친가를 정치하며 누구 하나 다치지 않게 보호해 줄 수 있고, 평생 기도에 전념하셨듯 손님들 기도를 도맡아 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이분은 넋대신이라는 명패로 법당에 앉아 친가를 다스리고 기도 손님을 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당 전체를 통괄하는 대신, 5대 외조모는 어떤 분인가. 이분은 미미의 주 임무인 천황을 잡을 수 있는 대신이다. 미미와 사대가 잘 맞다. 천황 잡는 일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고 대신 자리에 앉아 집안 정치와 사람 고치는 일까지 할 수 있다. 4대 조모인 넋대신이 차분히 앉아 기도 손님을 맡는다면 5대 외조모는 대신으로 천황 잡고 굿판 열어 사람 고치는 형국이다. 5대 외조모. 나는 이분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이분은 살아생전 거나한 기생각의 주인이다. 최근 나온 드라마 구미호뎐에 묘연각이라는 기생각이 있고, 배우 김소연을 주인으로 앞세우는데 그것과 아주 닮았다
미미의 법당
구미호뎐 묘연각의 주인 류홍주 ( 김소연 )
5대 외조모의 생전으로 거슬러 가본다. 아주 오래전 안동 김가에 시집온 십 대 여자아이가 있었다. 지금에나 중학생 나이지 그 시절로 치면 시집가 애도 낳는 나이 아닌가. 열몇에 시집온 아이는 올 때부터 조금 이상했단다. 밤만 되면 혼잣말하고 오밤중에 밖을 나가 이 집 저 집 전전하며 점을 보고 오더란다. 그때만 해도 며느리가 이상하면 광에 가두고 밥도 굶기고 안 했는가. 실제로 광에 가둬 며칠 밥도 굶기고 처박아뒀다고. 알아보니 이 며느리 집안, 며느리의 친정이 대단한 무당 집안이었고 시집온 지 얼마 안 된 며느리에게도 신이 온 거더란다. 광에 처박아둔 며느리는 탈출해 집 나온다. 집 나와서 주막 전전하고 빌어먹고 사는데 태중에 애도 하나 있었다. 그리하야 기생각 주인 되기까지 역사가 말도 못 한다. [ 5화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