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몽은 무속신앙 영역이다. 그러나 무속신앙 믿든 안 믿든 사람들은 태몽 믿는다. 태몽은 아이 밸 집에 삼신할머니가 내려주는 꿈이다. 아이마다 가지각색이다. 자기 탄생 기념하는 꿈이니 무속신앙 안 믿어도 태몽은 믿고 싶은 게 사람이다.
내 태몽은 파다. 만 평야 밭에 파가 끝없이 자란 꿈이었다. 파는 붓의 형상이다. 뿌리는 붓의 털이다. 비슷하게 사는 걸 보면 태몽은 한 인생을 관통할지도 모른다. 미미의 태몽은 미미 엄마가 예쁜 홍시 두 개를 바구니에 넣어 강 건너는 꿈인데 가는 길에 홍시 한 개는 물에 빠뜨렸단다. 만약 두 개 다 지고 강 건넜으면 부랄 두 쪽 달린 예쁜 사내아이였을 텐데 하나가 똑하고 떨어져 딸 나온 것 같다고. 꿈에서 강은 이승과 저승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데 미미 엄마가 십 년 빌어 미미 가졌으니 가히 천상에서 저승 강 건너 데려온 아이가 아니겠는가. 또 .. 감 하나 잃고 딸 낳는 게 맞다. 딸 달라고 십 년 빌었다.
우리 집에 자주 오는 손님들은 간밤 꿈꾸면 전화 온다. 어제 꿈꿨는데 해몽해 줄 수 있냐고. 그들은 우리 집 혹은 미미 집에 기도 올린 손님이고, 우리가 뒤를 봐주는 격이니 응당 대답해줘야 한다. 그래야 이 사람 앞길에 있을 일을 조심하라 일러줄 수 있다. 요즘 태몽 꾼 손님이 많다. 얼마 전 미미의 손님 한 분도 아이 가졌다. 아이 갖길 학수고대했으나 영 소식 없어 속상했는데 올 연말 다다라 드디어 임신했다. 당연지사 태몽도 꿨다. 태몽은 주변 사람이 대신 꿔 주는 일이 흔한데 미미가 그분 태몽을 꿨다. 아이는 내년 중순께 나올 것이다. 갑진년 용띠해에 태어나 대단한 아이가 될 것이다. 나는 아이, 태몽, 탄생 같은 말에 운다. 두껍한 포대기에 얼굴만 내놓고 울어 재끼는 갓난애 보면 눈물 난다. 풍진 세상에 지지 말라고, 뜻 없고 공허한 악의(惡意)들에 휩쓸리지 말라고, 너는 자라서 세상도 삼킬 거라고 맘속으로 말한다. 갓난애들은 알아들었을 것이다. 알아먹어서 나만 보면 울음 그치고 멀뚱 거리며 쳐다볼 것이다.
태어난 줄도 모르고 선도 악도 모르고 거기서 거기인 갓난애가 어디서 왔길래 태몽이 제각각일까. 그저 신기하다. 신이 왜 없나. 사람들은 애 어디서 왔는지 설명할 수 없다. 생물학이고 물리학이고 덧대서 말해도 누구나 꿨으나 전부 달랐던 태몽 다 설명 못 한다. 설명 못해서 신 있다고 못 해도 없다고도 못하는 것이다. 방금 민규한테 전화해 네 태몽 뭐냐고 물었다. 민규는 껄껄 웃으면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포도란다. 재물 많은 남자애다. 포도는 돈이다. 주렁주렁 열린 열매가 다 돈인데 너 그래서 돈 많은 집 막내아들로 태어나 호강하냐니까 아직 포도 따먹을 실력 안 돼서 고생 중이란다. 말하는 거 보면 얘도 무당이다. 무당 안 된 무당이라 우리 친구다.
태몽에는 계급이 없다. 어떤 태몽이 가장 좋다고 말 못 한다. 한 사람 한 사람 성격과 방향을 크게 보여줄 뿐이다. 파 태몽, 홍시 태몽, 포도 태몽도 다 좋고 우리 아빠의 잉어 태몽, 미미 엄마의 고추 태몽도 다 좋다. 근데 쓰고 보니 웃기다. 파, 홍시, 포도, 고추, 전부 채소와 과일이잖아. 아무래도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모양이다. 채소나 과일 태몽은 사업이나 종교, 가르침 관련 종사자가 나올 꿈이라던데 얼핏 맞는 것도 같다. 미미가 갑진년은 천상서 아이를 많이 보내주는 해라고, 주변께 임신한 사람 여럿 나올 것이랬는데 기대해 본다. 무리 없이 세상에 나와 빛 되고 가르침 되면 좋겠다.
* 댓글에 태몽 말씀해 주시면 제가 한 마디씩 드리겠습니다. 연말 선물입니다. [ 제 신 선생님인 미미가 달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