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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우 Jan 13. 2024

무속인에게 찾아오는 손님 유형.

 

 모름지기 신년이란 내게는 시즌 – 같은 개념이다. 대목이다, 시즌이다, 할 때 그 시즌. 신년운세 손님이 우후죽순 쏟아진다. 신년에는 다양한 손님 유형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데 다음으로 요약할 수 있다. 딱 신년에만 볼 수 있는 유형은 아니지만, 요즘 워낙 많은 손님을 뵈어 한 번쯤 요약해 본다.


 1. 한 해 대비형.


 한 해 대비형 손님은 올해 있을 악재라던가, 조심할 일을 미리 대비하고자 점을 보러 오신다. 나는 신수를 볼 때, 1월은 어떻다, 2월은 어떻다, 열두 달로 쪼개 말씀드리는데 내 점사 스타일을 일찍이 알고 달마다 대비하려고 오시는 분들이다. 말하자면 철두철미,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많다. 이들은 딱 신년에만 얼굴을 볼 수 있다. 이들 연락이 왔다는 건 벌써 한 해가 지났다는 신호랄까. 여러 얘기 나누며 지난해 어떻게 살았는지 들어보는데 듣는 내 마음이 다 좋다. 열심히 살아온 모습이 기특하고, 고맙고 그렇다.


 2. 나 올해 대박 터질까 - 형.


 나 올해 대박 터질까 - 형 손님은 말 그대로 올해 대박이 있는지 보러 오는 유형이다. 나는 이들을 보면 순수한 어린애 보는 것 같아서 기분 좋아진다. 올해 그런 대박은 없는데요 – 하면, 에이 뭐야 – 그런다. 에이 뭐긴 뭐야. 대박은 없는 거지. 그래도 한 만큼은 다 돌아와요 – 보통 이런 전개다. 올해 대박 터질까 - 형에게는 나도 모르게 훈수 두는 식으로 점사가 흘러간다. 우리 대신 할아버지 스타일이 그래서겠지만 요런 요행(?) 질문에는 쓴소리가 나간다. 나는 속으로 할아버지, 이 사람 그냥 웃자고 묻는 겁니다, 계속 달래는데도 내 입은 멈추지 않는다. 젊은 사람이 말이야 그저 그저 열심히 해야지 - 같은 훈수를 이미 잔뜩 해버렸다. 내 나이 31살에 벌써 라떼가 되었다. 이렇게 손님 돌려보내면 그 손님 맘 상해서 두 번 다시 우리 집 안 올 테지만 마음 약한 할아버지는 훈수 두고 나면 칭찬도 그득그득해주시고, 대박 언제 터질지도 알려주신다. 잘하고 있어, 그래도 38세에는 대박 날 거야… 흠흠, 같은. 덕분에 손님은 웃으면서 집 간다.


 3. 악재 있으면 어떡해 – 형.

   

 겁도 많고 무서움도 많은 유형이다. 내 입에서 어떤 불호령 떨어질까, 올해 안 좋다고 하면 어떡하나, 입도 안 뗐는데 벌벌 떨고 있다. 이런 분들은 분위기 잡고 신수부터 말씀드리면 안 된다. 아무 얘기 안 했어도 겁먹어 있기 때문에 재밌는 얘기로 분위기를 풀어야 한다. 나는 이런 분들 보면 살면서 있을 행운 먼저 말씀드린다. 듣기 좋은 말에 달래 지지 않는 사람 마음 없잖은가. 슬슬 분위기가 풀리면 신수를 말씀드리는데 들어보면 딱히 악재랄 것도 없어 겁먹은 마음이 머쓱해지기 마련이다. 긴장한 마음이 사르르 풀리고 살아온 얘기, 하고 싶은 꿈 얘기, 스리슬쩍 다 하게 된다. 우리는 법당에 마주 앉아 당신 삶을 나누고 들으며 웃고 떠들며 앞날을 고대한다. 다음에 더 그럴싸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다.


 신수란 게 올해 있을 유의 사항도 들을 각오로 보는 일이다 보니 겁 많은 손님은 떨리고, 무섭고 그렇다. 무속인에게 어떤 경험을 하고 사셨는지는 모르지만 너무 겁먹지 않으셔도 좋다. 보통 제자가 쓴소리, 무서운 소리 잔뜩 늘어놓는 경우는 살면서 죄를 많이 지었다든가, 무속인을 시험할 요량으로 오는 손님인데 그런 사람이 많지는 않다. 본래 사람이 다른 사람을 시험하고, 떠보는 것 자체가 나쁜 짓이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말 듣고, 도움도 받으라고 제자도 있는 거다. 나 역시 떠보는 손님 안 오는 거 아니다. 그런 손님도 점 잘 봐서 스스로가 나빴구나 – 깨닫게 해 주면 그만이다. 무속인도 사람이다. 어떤 상담이든 좋게 좋게 끝내면 가장 좋은 법이고, 싸우자고 덤비는 사람들 아닐 테니 절대 지레 겁먹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3월까지는 내내 바쁠 것 같다. 6년 제자 생활 처음으로 신수를 메일로 보내드리는 서비스를 실행해봤다. 사랑하는 사람, 아끼는 사람에게 신수를 선물해 보시라는 의의로 진행했다. 신수를 한글 문서 형태로 만들어 드리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메일로 전달할 수 있고, 다 같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수 메일 예약만 2월까지 만석이다. 바쁘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본다. 점 잔뜩 보고 느낀 점. 올해 닭띠 너무 좋았다. 전반적인 닭띠가 다 괜찮다는 느낌을 팍팍 받았다. 보고 계신 닭띠가 있다면 올해 꼭 목표 달성을 기약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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