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굿에 대한 자세한 정황을 말하기에 앞서, 굿에 필요한 인력이 어떻게 되는지 말해야 할 것 같다.
굿판을 보면 여러 사람이 앉아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굿은 기본적으로 두 명에서 세 명의 사람을 필요로 한다. 설판, 법사, 천황잡이가 그들이다. 설판의 역할은 굿을 총괄하고, 굿의 맥락을 파악하는 이들로서 해당 굿을 주관한 이를 일컫는다. 해당 굿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야 하며, 어떤 목적을 이루는 게 옳은지 본부를 내리는 이들이다. 다음 법사는 북이나 장구를 부리며 경문을 외우는 이들을 뜻하며, 이들의 목적은 경문을 통해 천상과 지상을 잇는 문을 열고, 한 있고 원 있는 조상을 내세로 보내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이들은 오로지 경문으로 승부를 본다.
마지막으로 천황 잡이는 화려한 의대를 갈아입으며 노래나 춤을 부리고, 신, 귀신을 몸에 실어 말을 전하는 이들을 뜻한다. 어떤 굿은 법사나 천황잡이가 설판 역할을 맡을 수도 있으므로 굿에는 꼭 두 명, 혹은 세 명의 인원이 기본인 셈이다. 형식에 따라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할 때도 있다.
신내림을 받을 제자는 신을 받기 전까지 열린 <귀문>을 통해 신뿐만 아니라 묵은 조상, 원 있고 한 있는 조상, 구천을 떠도는 잡귀가 왕래할 수 있고, 오로지 자신에게 온 대신만 깨끗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자기 몸속을 왕래하며 자리 잡았던 지저분한 것들을 쳐내는 과정을 필두로 한다. 우리는 이 과정을 ‘ 군웅을 친다 ’고 표현한다.
군웅의 재료는 가지각색이다. 오이, 당근, 미나리, 두부, 소나 돼지의 내장과 피, 갓 지은 뜨거운 쌀밥, 온갖 재료를 큰 대야에 한데 모아 귀신 밥이라 칭한다. 군웅은 천황잡이가 역할을 맡게 되고, 천황잡이는 군웅이 시작되면 그간 제자 될 사람 몸에 왕래하거나 똬리를 튼 귀신들을 모두 빼내 자기 몸에 싣는다. 천황잡이 몸에 실린 귀신은 미친 듯이 군웅 밥을 먹고, 몸에 처바르고, 죽고 난 후 오래 묵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것처럼 엉망진창 된 행태로 군웅 밥 속에 몸을 처박는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천황잡이 선생님은 귀신을 몸에 실어 이 과정을 곧이곧대로 다 보여주시는데 처음 봤을 때는 사람이 몸에 동물 내장을 처바르고 귀신 짓을 하니 얼마나 무서웠겠는가.
또한 군웅은 신내림 받는 신굿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 병굿이나 여타 다른 굿에서 사람 몸에 귀신이 집을 짓고 있으면 집을 부수고 귀신을 빼내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굿판마다 군웅을 어떻게 치는지도 제각각이다. 우리처럼 당신 몸에 있던 귀신이 이런 형태였소 몸에 실어서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는 곳도 있음을 밝힌다.
군웅은 귀신이 온전히 다 빠져나간 후에야 마무리 지을 수 있다. 군웅을 통해 깨끗해진 제자는 과거의 추잡한 흔적이 몇 꺼풀 벗겨진 형태가 된다. 나는 2018년 음력 2월경, 대신 할아버지를 처음 모실 적, 당연히 군웅을 쳤고, 내 눈앞에서 천황잡이 선생님이 피 칠갑을 두르고 몇 번씩 몸속에 똬리 튼 귀신 집을 부숴주셨는데 군웅을 다 마친 후 내가 한 첫마디는
“ 보통 사람들이 이런 기분으로 살고, 걷고, 마시는구나. ”였다. 나는 막 꿈속에서 깨어난 기분이었다.
보통 군웅은 피 보고 죽은 사람을 기리기 위한 의식이라고 말하는데, 저희는 피 보고 죽은 사람을 기리기 위한 의식, 나아가 독한 영가, 독한 귀신을 빼내는 의식이라고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누가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 지역적 특색이 도드라지는 부분이라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굿은 지역에 따라 역사, 방식이 제각각인 전통입니다. 말하자면 민요가 지역에 따라 달리 불리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