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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우 Feb 21. 2024

굿, 그거 사기 아니야?(2)

굿이란 무엇인가.

* 신굿에 대하여.


 굿이 무엇인가. 굿은 저승과 사바세계를 잇는 교각의 장이다. 모든 굿은 내세와 인세를 잇는 자리로 그곳에 있다. 살아 움직이는 인간과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신과 귀신도 그곳에 있다. 굿은 여러 종류가 있다. 신굿, 병굿, 재수굿, 진적굿, 영혼결혼식, 지역마다 굿의 형태도 제각각이다. 이름이 같은 굿이라도 지역마다 방법, 재료 등이 다를 수 있다.


 요즘은 굿에 대한 인식이 기본적으로 좋지 않다. 지난 화에도 말했다시피 굿값을 수억씩 떼먹고 사기 치는 무당이 있는가 하면, 눈에 보이는 건 믿지 않는 게 추세이기도 해서다. 그러나 무속 신앙은 고조선부터 지금껏 이어진 역사 깊은 종교임은 틀림없다. 고조선, 삼한, 대표적으로 삼는 종교는 달랐으나 신라, 고려, 조선까지도 무속 신앙에 대한 믿음은 계속됐다. 무속 신앙은 흔히 무당을 믿거나, 무당의 제천 의식만 뜻하는 게 아니다. 집 안 대대로 신줏단지를 모시거나, 태몽을 믿거나, 미신이라 일컫는 구전들 모두가 무속 신앙에 포함된다. 고로 시대별로 불교, 유교 사상처럼 대표적으로 믿는 종교나 이념은 달라졌으나 무속 신앙은 여태 우리 일상 곳곳에 도사릴 만큼 역사가 깊은 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굿>에 관해 사뭇 다른 식으로 접근해도 좋을 것 같다. 밤에 손톱 깎으면 안 좋다, 문지방 밟고 다니면 안 좋다, 북쪽으로 머리를 두지 마라, 현관 쪽으로 머리 두지 마라, 이렇듯 알게 모르게 믿어봤던 미신들이 무속 신앙 영역이라면, 그들을 알게 모르게 믿었던 것처럼 <굿> 역시 무작정 사기 행각으로 보지 않아도 좋겠다는 말이다. 우리가 굿을 믿지 않게 된 데는 굿을 담보로 사기를 친 뭇 무당이라든가, 뵈지 않는 건 믿지 않게 된 우리의 고집 때문이 아니던가. 그러나 세상에는 굿을 담보로 사기 치지 않는 무당이 있고, 진정한 어른은 뵈는 게 다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 믿는다.

 

 믿든 안 믿든 좋다. 우선 당신이 여기까지 읽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나는 이제 당신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얘기를 할 것이다. 가장 먼저 말하고 싶던 건, 굿 중에서도 신 굿이다. 신 굿. 정확히는 신내림을 받는 굿을 뜻한다. 신내림은 무속 신앙의 수많은 신 중 <대신>이 온 사람만 받을 수 있다. 대신. 대신은 점치는 신이다. 대신은 대신 할머니, 대신 할아버지가 있는데 사람도 성별이 있는 것처럼 신에도 성별이 있다. 어째서 신에도 성별이 있을까. 신은 만물이며 유일하고 절대적인데, 어떻게 그런 신에 성별이라는 구분이 발생할 수 있느냐 말이다.


 바로 무속에서 한 인간에게 신내림의 형태로 강림하는 대신은 모두 살아생전 한 인간이었던 ‘조상’에서 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조상이 대신으로 올 수 있는가. 살아생전 바르거나, 학문에 조예가 깊거나, 깨끗하고 덕 있게 잘 살았거나, 무당으로 크게 불렸거나, 아주 까다로운 과정을 통해 대신으로 올 수 있는데 그 때문에 나라에 무당이 많으면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뭇 조상이 후손 인생을 무속인으로 완전히 바꿀 만큼 힘 있는 <대신>으로 오려면 그의 원력이 보통 대단해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신내림 굿은 <대신>이 온전히 제자 될 인간 몸에 실려, 제대로 된 설법이나 공수를 줄 때까지 끝맺지 못한다. 보통 제자 될 이들은 제자 되기까지 인생이 우후죽순인데 그 이유는 신이 제자의 길로 끌어가려 그 인생을 주저앉히기 때문도 있지만 <귀문>이란 게 열려 있어 신이 몸에 있지 아니하면 조상 중 잡귀 된 이들이 그들 몸에 들어차 온갖 횡포를 부리기 때문이다. 귀문은 내세와 인세를 잇는 문이자 신과 귀신이 왕래하는 문이며, 귀문이 열린 인간은 그곳을 통해 대신이 왕림해 점을 치고 미래를 본다. 신내림 굿이 시작되면, 제자는 그동안 귀문을 통해 왕래한 묵은 잡귀, 묵은 조상, 묵은 원과 한은 몸에서 다 씻어내고 오로지 <대신>만 받아내는 과정을 필두로 한다. 제자의 몸이 깨끗하고 발라야 오로지 대신만 조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3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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