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을 시작할 때 할아버지( 대신 할아버지 )께 들었던 몇 가지가 있다.
점(占)이란 건 세상 삼라만상의 이치를 관통하는 무엇인데, 그것은 곧 하늘과 땅의 말씀이고, 그런 맥락에서 천기누설과 다를 바 없다고, 그러나 개인의 미래란 웬만큼 정해져 있는 것 같아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는지, 누구를 곁에 두기로 마음먹었는지,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므로 사람이 조금 더 좋은 마음을 먹고 인생을 대하도록 점을 본다면, 그것은 천기누설을 발설할 목적이 아니라, 잘못된 미래를 비틀 수 있는 일종의 행운을 선물하는 것에 가깝다는 걸 말이다.
이어서 나라의 일, 국운은 수천만 개인의 바람과 운, 삶 그 자체가 녹아있는 것이므로 함부로 비틀 수도, 비틀기 위해 마음을 먹을 수도 없는 일이고, 진정 제자가 나라의 뜻을 관통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발설하거나 함부로 떠드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도 하셨다. 무속인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만중생이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게끔 도울 수 있는 존재라곤 하지만, 무속인 역시 한 개인이고, 하늘의 뜻을 개인이 전달하기에는 부족한 지점이 많다는 맥락처럼 들렸다. 그러므로 나는 국운이랄지, 나랏일이랄지, 비슷한 질문을 듣는 데 있어서는 늘 조심스러웠다. 을사년은 삼라만상이 흉흉하고, 궂은 대소사가 많으며, 개인과 개인이 서로의 말을 꼬투리 잡으며 싸우기 쉬운 해라는 걸, 그러므로 어디서든 말조심을 하라는 뜻에서 이렇게 얘기하셨던 것 같다.
지난 1월에 나는 우리 집 왕래하는 신도님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 어떤 사실에 대해 명확히 모르는 사람이 다 안다는 냥 나서는 게 올해일 거라고. 어느 한 분야의 뿌리, 정통성, 개념 등등을 모르는 사람이 자기가 아는 몇 가지 조악한 정보를 들먹이며 그게 전부인 냥 말하고 다니는 게 올해라고, 그런 일이 곳곳에서 벌어질 것이며 당신은 절대 휘둘리지 말라고 말이다. 우리 집 신도님들 특징은 다른 사람이 틀린 말을 하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으스대면 미칠 것 같은 마음을 쉽사리 감추지 못한다는 건데 그런 성질머리라서 우리 집에 왕래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그런 성질머리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신도님들과 함께 세상을 견디는 중이라고 믿는다. 뭐가 됐든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사람들만큼은 끝까지 끌고 갈 작정이며, 그들이 나를 믿고 따라와 준 만큼 빌어줄 것이다.
사실 다 알지도 못하면서 이 분야의 최고인 것처럼, 그것이 곧 정통인 것처럼, 혹은 그것만이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의 유형은 본인이 어디에 있는지, 내가 속한 위치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해석될 것인지, 말 그대로 주제 파악을 못 한다는 점인데 이런 사람들에게 화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들은 화를 내면 도망간다. 당신이 그들을 이기는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다. 절대 화내지 않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어떤 완벽한 논리도, 사실도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된다. 자는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자는 척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다는 말처럼, 거짓말하기로(연기하기로) 작정한 사람에게 들을 수 있는 사실은 없다.
신도님이건, 신도님 아니건 올해는 아무쪼록 이런 연기자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나아가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고, 정통성은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말을 아낀다는 사실, 이건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