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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음 잡기가 어려웠던 여러분께.

by 이윤우

요즘 따라 마음 잡기가 어렵고, 작은 마찰에도 짜증이 나며, 추운 것도, 더운 것도 아닌 날씨에 마음이 휘둘린다면 그냥 그럴 때도 있다고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일, 직장, 돈, 주변 사람, 크고 작은 걱정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끊임없이 생각지 마세요. 여러분은 제법 똑똑하고 영리한 사람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습니다. 꼬인 실타래를 눈앞에 두고 시작과 끝이 어딘지 도무지 모르겠다면 아직 풀 때가 아니라서 그런 거라고,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운 좋게 풀어낼 수 있을 거라고 무작정 믿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아무 이유도 없이 무언가를 믿는 게 어려운 사람이라는 걸 잘 압니다. 믿을만한 이유도, 근거도 없는데 걱정, 근심 없이 시간을 보내라는 말이 마치 바보 같고, 뒤떨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실 줄도 아는데요.

한번 뒤집어 생각해 보는 겁니다. 어떤 것도 무작정 못 믿는 게 배짱 없고 그릇 작은 사람은 아닌가, 하고요. 막상 뒤집어서 생각하려니 짜증 나고, 나 진짜 배짱도 없고 그릇도 작은가 봐, 오히려 머리 좋은 줄 알았는데, 하며 덥석 슬픔에 빠질 생각은 더더욱 마시고요. 대체 당신이 뭐가 부족해서 사사로운 걱정에 휘둘리냐는 겁니다.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들, 이를테면 누구는 그렇게 됐다더라, 좋은 데 갔다더라, 일이 풀렸다더라, 결혼을 했다더라, 남편이 어떻다더라, 어디서 봤는데 우리 나이대 평균 연봉이 얼마라더라, 자식이 몇 등을 했다더라…. 아무 소용없습니다. 당신이 뭘 듣고, 뭘 봤건 그건 찰나일 뿐입니다. 사람은 각기 다른 궤를 밟아 나아가고, 저마다 무언가를 이뤄내는 시기가 다를 뿐인 걸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을 반복하고, 지쳐도 일어서며, 꾸준히 힘을 내 온 시기들은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이러한 과정 역시 어떤 운이 받쳐 줘야 가능한 일입니다. 당장 당신이 노력을 반복하지 못한다 해서, 일어서지 못한다 해서, 꾸준히 힘을 내지 않는다 해서 모자란 게 아니란 말입니다. 누군가 힘차게 나아간다는 사실이 당신에게 얼핏 자극제가 될 수 있는 것 같지만, 역시 찰나의 자극일 뿐입니다. 심지어 약한 사람들은 자극을 받는 게 아니라, 힘을 내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한단 말입니다. 반드시 명심하세요. 당신에게 자극제가 되어야 할 것은 오직 과거의 당신입니다.

고작 계절의 변화, 날씨의 변화도 이기지 못하는 게 인간이라는 걸 압니다. 계절, 날씨, 공기의 흐름, 이런 게 다 제가 속한 세상에서는 신(神)으로 불리는데요. 이유인즉 인간 세상 전체를 장악하는 어떤 배경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접근이라면 인간이 지는 게 당연한 거고요. 지금 이 순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공기가 내 마음을 장악한 것 같은 이 순간, 당신 마음 줏대 잡기가 어려운 건 당연한 일입니다. 내밀하게 마음을 들여다보지 마세요. 거기 불안밖에 더 있습니까. 일이 내 맘대로 흘러가지 않아 열나는 것밖에 더 있습니까. 일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해서, 당신이 욕심을 안 낼 겁니까, 포기를 할 겁니까. 당신같이 욕심 많은 인간이 그게 되겠냐 이 말입니다. 저는 당신들의 욕심을, 돈 있고 명예 있고 싶은 어떤 욕심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그렇다면 고통은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늘 그렇듯 세상은 더 많이 차지하고픈 사람에게 더 큰 고통을 주는 법입니다.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십시오. 당신의 때가 오기를 기다리라는 말을 이렇게나 장황하게 합니다. 저는 욕심 많은 이들을 나무라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나무란다고 욕심 버릴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잘 압니다. 그저 당신의 시간이 잘 흘러서, 반드시 당신이 원하는 때가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언제든 그 시간을 함께 견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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