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하는 큰 착각 중 하나가 내 바운더리에 들일 사람을 내가 정하고, 그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는 건데 나는 그게 아주 잘못됐다고 본다. 말하자면, 나와 결이 맞는 사람, 나와 함께 갈 수 있는 뉘앙스를 풍기는 사람과 내밀하게 가까워지고, 그들을 바운더리에 들여 인연을 맺어가는 듯한 삶을 추구, 이 방법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과 거리를 두어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 생각한다는 건데 어째서 당신과 비슷한(비슷해 보이는) 그들이 당신을 좋은 쪽으로 데려다줄 거라 믿느냐는 거다. 당신을 ‘ 불편하게 ’ 만들지 않는 것과, 당신의 ‘ 인복 ’이 되는 건 아주 다른 얘기다.
나는 이렇듯 결이 비슷한 종족이 모인 집단이 잘 가면 대성공, 못 가면 사회의 악이라고도 믿는 쪽이다. 이렇게까지 과격하게 말할 필요가 있겠냐만은 한 번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어째서 당신은 당신 바운더리에 들일 사람을 당신이 정할 수 있다고, 나아가 이 편한 관계가 정답이라고 믿느냐는 거다. 정말 그래도 괜찮은 거냐고 묻고 싶었다. 저는 저와 결이 맞는 몇 명만 가까워질 뿐 더 이상은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 중에 정말 바운더리가 좁아도 되는, 두루두루 적당히 지낼 필요가 없는, 딱히 사회적 발전에 욕심 없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얼핏 그들 스스로가 내 바운더리에 누군가를 들일지 말지 결정함으로써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 얼마나 예민한지를 강조하고, 마치 내가 가져온 관계상이 나를 단단히 지켜줄 수 있는 몇 명이라 믿는다는 건데, 과연 믿을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많은 사람을 겪어봐야 웬만큼 아는 것이며, 감각적으로 이끌리는 몇 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게 당장 나를 편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어도 그 편함이 끈끈한 신뢰로 전개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라는 점, 나아가 이렇듯 결이 맞는 관계가 편한 건 사실이지만, 그 밖에 있는 사람들이 마치 틀린 사람 인 냥 구는 건 아주 잘못된 방식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만약 당신 바운더리 밖이 틀리다고 생각한 적 없는 사람이라면 얼마든 환영이다. 그러나 밖과 닿으면 마치 잘못될 것 같은 감정에 사로잡혀 사람을 깔보는 듯한 태세를 취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밝힌다.
나는 작은 인간관계를 가지는 사람들을 나무라는 게 아니다. 타인을 간택하듯 내 바운더리에 들일지 말지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그렇게 갈라도 된다고 믿는 사람이 문제라고 말하는 중이다.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고, 사람 만나고 멀어지는 문제 역시 하늘의 뜻이거늘 제멋대로 부려도 괜찮은 것처럼 구는 태도가 오만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죽어도 본인이 이런 줄 모른다. 평생 숨 쉬듯 그렇게 살아와서 그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조차 혼자 해내기 힘들다.
이들은 남을 평가하면서도 자기가 평가당할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한다. 실제로 그렇다. 가방끈이 짧아서, 대화 수준이 낮아서, 성격이 과격해서, 가타부타 말을 붙여 내 바운더리에는 들일 수 없는 것 같다고 걸맞지도 않은 교양을 떠는데 그걸 들어주는 남들이 앞에서나 웃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모른다. 이게 다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생기는 문제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야 제각각일 것이다. 부모를 잘 둔 덕에 똥 치우고 살 일이 없어서, 제 딴에는 고생이랍시고 하지만 진짜, 진짜 고생을 해본 적 없어서, 대충 살아도 웬만큼 살아져서, 적당히 연기하면 남들이 속아줘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