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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더 많은 사람의 안전을 바랍니다.

by 이윤우

어제는 바다 앞에서 긴 시간을 빌었다. 나는 사람들의 안전을, 평화를, 돈과 명예 있는 삶을 빌지 않았다. 어떤 돈과 명예를 취해야 하는지 바로 보게 해달라 빌었고, 지금껏 당신이 잘못된 신념으로 저지른 업보들은 지워달라 빌었다. 당신이 아무리 공부를 하고, 아무리 괜찮은 직업을 갖고, 아무리 근사한 행동을, 혹은 성취를 한 것 같아도 인생이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것 같은 이유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저지른 게 많아서, 생각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렇게 살 예정이라서. 애당초 많은 공부, 괜찮은 직업, 근사한 행동이나 성취가 인생을 내 뜻대로, 내 욕심껏 살게 하는 증명이라고 믿는 것 자체가 오류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 이 얘기는 작년 여름쯤 기도 중에 정확히 들었다. 나는 무슨 사고가 일어날 거라느니, 올해는 불이 나고 지진이 난다느니, 그런 나라 공수를 신에게 들었다느니 하는 말은 거의 해본 적 없다. 어쩌다 한번, 오다가다 한마디 할 뿐이다. 무속인 말에 큰 힘이 깃들면 세상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우리를 내세우기 위해 하늘의 말씀을 들었다느니, 나라 공수라느니, 내가 최고라느니 하는 말을 삼갈 줄 알아야 한다. 당신의 신은 당신의 조상이다. 틀림없을 것이다. 당신의 조상은 당신이 다치지 않길 바랄 것이며, 그런 이유로 당신 삶을 빌려 제자 되게 만들었을 것이다. 당신은 조심해야 한다. 당신의 말이 어디까지 닿을지, 신의 원력이 이런 것인지 감탄할 때가 아니라, 더 자중하고 겸손해야 한다.


지난 겨울에는 하늘을 날던 비행기가 추락하고, 올해는 산불로 많은 생명이 터전을 잃었다. 오래된 유적이 사라지고 사람들은 슬픔에 잠겼다. 또 그전에는, 더 전에는, 훨씬 전에는, 생목숨이 죽어 가족들의 가슴에는 한이 맺혔다. 그런 한은 지울 수도 없다. 한이 묵으면 원이 되는데, 원이 된 목숨( 혹은 목숨이 아닌 것 )들은 쉽사리 매듭지어줄 수도 없다. 원은 원을 낳는다.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이 계속 반복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욕심을 채우기 위해 꺼드럭거릴 것이다. 돈이나 명예에 욕심 있는 거면서 아닌 척 약자 행세하며 군중 위에 설 것이고, 지금껏 살아온 삶이 힘들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 목에 칼을 겨눠도 합리화할 것이며, 자기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변방으로 몰 것이다.


사람은 어떤 마음을 먹고 사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고 한다. 이 말은, 성공한 당신을, 돈을 많이 번 당신을, 명예 있는 당신을 생각하며 마음 굳게 먹으라는 말이 아니다. 어떤 성취를 이뤘든 부정한 마음이 들었으면 부정이 당신을 찾으러 온다는 말이고, 아무리 근사한 성공을 거뒀더라도 아닌 척, 약한 척, 불행한 척 가면 썼으면 탄로 난다는 말이다. 그러니 바로 살라는 말이다. 힘들더라도 바른 마음 먹고, 조금 참아도 주고, 듣기 싫은 말도 가끔 들어주고, 그렇게 내 입지를 곱게 다지면 당신 걸어갈 길도 고울 거라는 말이다. 나는 그저 많은 사람이 죽지 않길 바랄 뿐이다. 목숨이 가엾어서도 맞지만, 한이 되고 원이 된 목숨은 남은 사람이 어떻게든 짊어지고 가게 돼 있다. 그게 인생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라 제각각 너무 막 사는 중이다. 하루 일과 빼곡이 채워 열심히 사는 듯 보이지만, 그건 당신에게 어떻게든 득이 되니까 하는 일이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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