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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자세.

by 이윤우

세상이 흉흉하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다른 분위기를 느낀다. 사람들은 명징한 증거가 없는 사료로 서로 헐뜯기 바쁘고, 동조하지 않는 쪽을 완전히 무시하거나 짓밟기에 이르렀다. 어떤 집단은 광분에 차 공공기관을 부수거나 사람을 때리고, 어떤 집단은 공산주의 체제 깃발을 들고 앞줄에 선다.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해서, 감정이 충만해서, 강남에 땅이 있어서, 법망을 유리하게 피하기 위해서 어느 한쪽을 편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절대, 절대 안 된다. 양쪽으로 갈라선 군중이 서로를 죽일 듯 노려보는 건, 저마다 결코 꺾을 수 없는 고집이, 혹은 지점이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여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상대는 무엇에 고집을 부리는지, 어떤 지점을 결코 꺾을 수 없는지 말이다. 나는 모든 대화, 화합의 시작이 여기라고 본다. 이 판에서 상대가 ‘ 그냥 ’ 밉고, 싫다는 건 이유가 될 수 없다. 양측으로 갈라선 집단은 각자가 어느 지점을 버리거나 꺾을 수 없는지 아주 명징한 증거로 말해야만 한다. 감성은 아무 힘도 없어야 한다. 비꼬기, 기분 나쁠 걸 알면서 툭툭 건드리기, 대책 없이 헐뜯기 역시 어떤 판에서든 사라져야 한다.


조금 위험한 얘기지만 나는 이 모든 사회 문제가 상대를 이해해 볼 마음이 없어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여기 다른 의견을 가진 타인이 있다. 타인은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왔다. 우리는 비슷한 자본 환경에서, 비슷한 것들을 누리고 살았으나, 보고 들은 게 다르다. 그것은 우리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같은 걸 보더라도 전혀 다른 감상을 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상대의 감상을 나무랄 게 아니라, 왜 그런 감상을 하는지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지, 왜 그렇게 주장할 수밖에 없는지. 이 과정은 우리를 유리하게 한다. 불필요한 화를 줄여 쓸모없는 상상에서 구하고, 도무지 괘씸해 참을 수 없는 마음을 제법 빨리 잊게 만든다. 이렇듯 이해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대화는 서로 아는 것 많다고 유세 떠는 것밖에는 안된다.


총칼을 든 군인이 공공기관을 침범한 일은 우리나라 정서에 절대적인 해악이다. 피를 본 역사가 깊은 나라일수록 무자비한 권력에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상대의 ‘ 주장 ’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입장이고, 들을 가치도 없다는 식으로 자리를 뜰 게 아니라, 왜 저러한 ‘ 주장 ’을 하는지, 정확히는 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아야 한다. 웬만한 사람은 바보가 아니라서, 요즘 같은 인터넷 사회에 대책 없이 목소리 큰 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모르지 않는다. 양측 각자는 저마다 그러한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그 이유를 제대로 먼저 이해하는 사람이, 그 집단은 보편적으로 그렇다고 뭉뚱그리지 않는 사람이 목소리를 낼 자격이 있다. 그래야 그 누구도 죽지 않을 수 있고, 많은 사람의 다음이 보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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