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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그들을 이길 수 없는 이유

by 이윤우

어느 조직에나 그런 사람이 있다. 절차를 고집하며 일을 어렵게 하는 사람, 관심과 칭찬을 독차지하기 위해 상대의 기분은 아랑곳 않고 일을 독식하는 사람, 내 기분을 상하게 하려고 작정이라도 한 듯 아니꼬운 말과 행동을 골라하는 사람, 잘할 줄도 모르면서 아는 척 말을 보태는 사람, 아마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여러분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으리라 본다.


당신은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어떻게든 그들이 틀렸음을 알려주기 위해 말의 꼬투리를 잡는다든지, 대놓고 나무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홀로 속을 끓인다든지, 집에 오는 길에 메신저를 켜 친구들과 신나게 물고 뜯는다든지, 당신이 그들과 힘을 겨루는 방법은 제각각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도 당신 마음이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내일도 같은 위치에 있을 것이고, 비슷한 맥락으로 당신 화를 돋울 것이다. 그들 곁에 그들을 따르는 사람이라도 있는 조직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저 멍청이 곁에 그들이 있어준 덕에 멍청이는 본인이 멍청이인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것 같아 미칠 노릇이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당신은 그들을 이길 수 없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애당초 당신은 그들에게 접근하는 방법부터 잘못되었다. 당신은 그들과 힘을 겨뤄서는 안 됐다. 그들은 본인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들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것이 얼마나 조직에 피해를 주는지 그들이 간곡히 깨닫길 바라겠지만, 당장 저 바보짓을 멈추고 조직에 평화가 따르길 바라겠지만 그들은 그것이 바보짓이라는 걸 절대, 절대로 깨달을 수 없다. 당신이 아무리 비수를 꽂고, 표정으로 말하고, 은근슬쩍 흘려 상대의 기분을 구기겠다 작정을 해도 그들 눈에 당신은 예민하고 까칠하며, 어딘가 접근하기 어려워 차라리 피하고픈 상대에 지나지 않는다.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냐고. 그들에게는 당신이 그런 사람이다. 가끔 절차를 무시하는 썩 정직하지 못한 사람 같고, 싫은 표정 하나 못 숨기는 걸 보니 돈이 아쉽지 않은 사람 같고, 상대의 힘 빠진 농담에 웃어줄 줄 모르는 차가운 사람처럼 본다는 말이다. 그들에게 당신은 이미 강자다. 무서운 사람이고, 피해야 마땅한 사람이다. 그런 그들이 당신 말을 들어줄 리가 있겠느냐 말이다.


당신이 그들을 이기고 싶거든 그들에게 잘해줘야만 한다. 그들은 보이는 게 전부인 사람인 걸 당신은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유난히 고집스레 절차를 따진다는 건 융통성이 없다는 말이고, 관심과 사랑에 목마른 건 말 그대로며, 내 기분을 상하게 하는 건 눈치가 없다는 말이고, 할 줄도 모르면서 아는 척 말을 보태는 건 밀려나기 싫다는 말이다. 이 투명한 종자에게 당신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그저 잘해주기만 해라. 그렇게만 된다면 제 기분에 들떠 안 해도 될 말 해가며 번번이 실수하고, 그것으로 하여금 언젠가 본인의 진짜 얼굴을 알게 될 테니까.


한 번 돌이켜 생각해 보자. 조직에서 그 누구도 흠잡지 않는 사람, 조용한 듯 하지만 가장 오래 살아남는 이들이 누구였는지. 남을 맞춰주다 못해 이런 종자들에게도 친절했던, 혹은 날을 감추고 돌려 말할 줄 알던 사람들이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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