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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단한 보통 사람들

by 이윤우

사람들은 기도가 신 앞에 소원을 비는 거라고만 생각하는데 거의 틀렸다. 소원을 비는 기도는 수많은 기도 중 하나일 뿐이다. 하나 명심할 것은 이 소원 성취 기도 역시 웬만한 공을 들이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며, 본인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해서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고, 이렇게나 간절했는데 왜 이뤄지지 않냐고 탓할 건 더더욱 아니라는 걸 강조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기도는 ' 고생 ' 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또한, 나는 기도라는 게 당신이 그 순간 가장 해내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거라 믿는데, 이를테면 돈 욕심 그득한 이가 돈 없는 순간을 참는 것, 사랑 욕심 그득한 이가 애욕을 참는 것, 명예 욕심 그득한 이가 고독을 참는 것, 이런 것이야 말로 기도고, 본인이 구정물에 발 담가 놓고 고생했다고 말하는 건 그냥 제 팔자 제가 꼬운 거지 세상이 내게 재수를 주기 위해 시험에 빠뜨린 거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어떤 ' 고생 ' 이 아무 죄 없는 내게 억울한 일이 생긴 거라고 종종 믿는다는 건데 난 그게 좀 이상하다고 본다. 진짜 고생은 억울함이 없다. 고생한 과거, 고생한 자취, 고생의 흔적, 고생의 그림자까지도 피하고 싶은 게 진짜 고생이다. 너무너무 고생스럽고 분해서 다시는 거들떠도 보기 싫고, 사람에 비유하자면 말도 섞기 싫은 게 진짜 고생이란 말이다.


고생에서 비롯된 억울함이 당신 발목을 잡는다면 당신에게 어떤 미련이 있다는 말인데, 그 미련은 어디에서 온 걸까. 나는 그 미련이 분명 이기지 못한 데서 왔다고 믿는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이거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기지 못해서, 도달하지 못해서, 취하지 못해서 말이다.


이렇게까지'만' 하라고, 이거면 다 된다고 누가 그랬느냐. 주변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그것만이 정답인 것처럼 굴었던 당신 속셈에 당신이 걸려 넘어진 것 아니냐. 이건 하늘이 나를 좋은 쪽으로 인도하기 위해 어떤 고생으로 밀어 넣은 게 아니라, 당신이 곧 하늘인 것처럼, 이거면 다 된다고 신인 것처럼 굴어서 그렇게 된 것뿐이다. 아무도 당신에게 그거면 다 된다고 한 적 없다. 당신 멋대로 세상을 판단한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제대로 인생을 닦고 있는 종자들은 누군가. 그들은 지금 이 순간, 가장 하기 싫은 걸 참아내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거들떠도 보기 싫은 사람 비위 맞추고, 말도 섞기 싫은 사람 참아주고, 갖다 버려도 모자랄 판인 걸 보필하는 바로 그들. 그럴싸한 지위도, 명예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당신 세계에서 가장 하기 힘든 걸 참아내는 그들이다. 그들은 기도 중이다. 무엇을 위해, 어디로 향하기 위해 이러는 줄 알 수 없지만, 나 하나 참는 게 세상 이치를 깨뜨리지 않는 걸 아는 이들이다. 그들이 바보라서, 멍청해서 참는 게 아니라, 무엇을 참아내는 게 더 큰 시야를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누군가 당신을 억울하게 하거든 왜 억울한지를 보아라. 내가 그렇게나 지은 죄 없고,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남을 억울하게 한 적 없고, 오직 착하고 선량하게 살기만 해서 억울한지. 당신이 실로 그런 것 같고, 억울해도 되는 사람 같으면 당신은 아직 멀었다. 정말 억울해야 할 사람은 당신이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고작 운 하나 없어 쟁취하지 못했거나, 결점 없이 열심히만 살았는데 누군가 무기 비슷한 거 들고 와 내 인생 엎어버린 경우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에게 죄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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