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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원래 공평하지 않다.

by 이윤우

인생은 정말로 공평하지 않고, 그것은 하늘의 뜻이며, 그러나 부나 명예는 웬만큼 노력해 얻을 수 있다는 사실, 타고 난 배경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해서 그것이 다른 사람 몫을 뺏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며, 누군가 잘 산다는 이유만으로 질투와 시기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고, 누구에게든 배울 점을 먼저 봐야 한다는 걸 빨리 아는 사람이 본인이 원하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지점을 정확히 반대로 행하는데, 예를 들어 인생이 공평하지 못하다 해서 남의 것을 뺏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혹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잘 사는 사람은 반드시 뒤 구린 지점이 있을 거라 의심부터 하며, 나는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거나 행동한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밟아온 궤적이 반드시 정당할 거라고 착각, 나의 반대 지점에 있는 사람은 반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회로가 이상할 거라 믿는다는 건데 이건 정말로, 정말로 잘못된 일이다. 한 사람이 나와는 달라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헐뜯거나 나무라는 건, 언제든 나 역시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무시 당하거나 짓밟혀도 된다는 뜻이다. 누군가를 죽일 땐 내가 죽을 각오를 해야만 한다는 옛말과 비슷한 이치다.

나는 사람들이 사는데 딱히 생각이 없다고 본다. 힘들다, 불안하다, 어떻게 해야 돈을 잘 벌까, 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어떤 식으로 소비되고 보여질까,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남들이 무시하지 않을까, 이렇듯 나 좋자고 하는 생각 말고, 사람의 바닥을 닦고 큰 시야를 확보하는 제대로 된 생각 말이다. 우리가 탄 배가 어떻게 해야 더 큰 바다로 향할 것인지, 그러자면 나의 행동이 남에게 피해 되지 않으려면 어디를 깎고 고쳐야 하는지, 남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왜 불편해하는지, 이렇듯 ‘ 우리 ’를 단단하게 하는 제대로 된 생각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온통 ‘ 자신 ’을 중심으로 생각한다.

내가 딱히 죄지은 것 같지 않고, 오히려 남을 감싸며, 배려하는 사람 같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반드시 도덕적이며 옳을 거라 믿는 게 도통 이상하다. 혹자는 당신 배려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당신 좋자고 하는 배려라고 생각할 수도, 나 힘들다는데 혼자 도덕이니 뭐니 지키려는 눈치 없는 사람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모르는 사람한테 칼 맞고 인생 전복된 사람한테 웃으면 복이 온다는 선의 그득한 말 한다고 생각해 봐라. 그건 도덕적인 인간이 아니라 눈치도 없고 사태 파악은 조금도 못 하는 이상한 사람일 뿐이다.

도덕은 무작정 도덕 있다고 도덕 되는 게 아니다. 도덕도 선의도 언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파렴치도 되고 무뢰한도 되는 거다. 그냥 도덕 있고 선의 있다고 무작정 남이 들어줘야 한다고, 내가 정답이라고 믿는 그 자세가 사람 말로를 이상하게 만든다. 나는 사람이 내가 정답이라고 믿을 때, 혹은 내가 정답이라고 마음먹은 적은 없지만 나와는 얼핏 다른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상하게 낙인찍을 때, 보통 업이 두꺼워지는 걸 느낀다. 동시에, 이런 자들이 본인이 도덕적이라고, 바른 길을 간다고 믿기 쉽다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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