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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사람은 가고, 올 사람은 오고

by 이윤우

이메일로 받아보는 신년 운세, 이메일로 받아보는 평생 사주, 이제 이메일로 받아보는 나만의 무기까지 쓰고 있는데 사람 각자가 지닌 무기를 쓰면 쓸수록 그동안 앞뒤로만 봐왔던 사람을 위에서도, 밑에서도 보는 힘을 기르는 것 같다.


이 사람, 앞에서는 어떻고 뒤에서는 어떤지, 그 간극을 보고, 거리를 좁혀 앞뒤가 딱 맞아떨어지는 사람, 숨길 게 없는 당당한 사람이 되게끔 돕는 게 평생 사주였다면, 나만의 무기는 사람의 전신을 여러 차원에서 본 다음 당신이 어떻게 쓰여야만 하는지, 어떤 지점에서 실력 발휘가 되는지, 당신을 무기로 비유한다면 어떤 형상인지 묘사하는 일이다. 평생 사주는 사람의 밑그림이자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마음가짐을 제시한다면, 무기는 당신이 지닌 고유의 힘을 제대로 알고, 언제 활용하고 언제 숨겨야 하는지, 동시에 나만이 지닌 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용기를 구하는 쪽이다.


특히 사람의 무기를 작성하는 일은 내게도 큰 행운이었는데, 평생 사주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어서였다. 사람은 저마다 큰 재능이, 살아남는 방식이 있다는 사실, 당신의 무기를 알려달라 찾아온 그들 대부분은 살아남기 위해, 먹고살기 위해 이렇게나 열심히인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너무나 값진 경험이었다. 세상은 다 쓰러져가지만 그들은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는 투사처럼 각자의 자리에 있었다.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이유지만 향하는 마음은 비슷했다.


덕분에 기도에 더욱 충실하게 됐다. 요즘 글이 뜸한 이유도 기도를 많이 해서다. 자기 할 일에 충실한 사람들을 보면서 나의 최선은 기도라는 걸 다시 배웠다. 밤낮으로 다라니를 외우면서 머무르는 마들을 내쫓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잘 지내자고 마음을 먹는다. 참아주는 게 아니다. 이상한 사람 다 있네, 그냥 참자는 식으로 포기하는 게 아니라 함께 잘 지내보자고, 당신은 어디서 왔냐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노력도 해 보다가 안 되면 마는 거다. 속상할 일도, 슬퍼할 일도 없고, 그저 지나가는 인연이라고 믿어보려고 한다. 할아버지는 옛날부터 ‘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말리지 마 ’라고 하셨는데 그게 이런 뜻이었나 싶다.


넘어도 넘어도 산 뿐인 인생이고 고통은 끝도 없고, 돈 욕심을 버리면 명예 욕심이 오고, 명예 욕심을 버리면 깨달음에 대한 욕심이 오는 사바세계에서 나는 아직도 무엇을 취하고 버려야 할지 한참 모른다. 그저 할아버지 시킨 대로, 대신이 시킨 대로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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