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배운다. 얼마 전 어깨가 아파 찾아간 병원에서 목이 굽어 뼈가 밖으로 나오는 중이라고 했다. 평생 이 몸으로 살아야 하는 거라면 당장 고쳐야 할 것 같았다. 필라테스를 배우기로 했다. 찾아간 곳은 동네에서 제법 소문난 곳이었다. 선생님은 건강하고 재밌는 사람이었다. 꼿꼿하게 세운 허리만 봐도 알 수 있지만 목소리가 밝고 또렷해서 귀에 잘 들렸다. 운동을 처음 배우는 사람은 서툴고 삐걱거리는 몸을 부끄러워한다. 그게 운동을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선생님은 못생겨진 몸을 드러내도 다 괜찮을 것 같았다. 그게 이곳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였다. 내 몸이 잘나고 못나고를 생각지 않고 오로지 고쳐주고 싶은 마음만 있는 거 같아서.
돈 얘길 안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처음 학원을 알아볼 때 천차만별의 가격대에 많이 놀랐다. 필라테스가 이렇게 비싼 운동이었나 싶은 곳부터 이상하리만치 싼 곳까지. 선택한 곳은 수강료가 만만한 건 아니지만 선생님을 보면 웃돈을 드려도 아깝지 않은 곳이었다. 더 좋은 시설과 인테리어를 갖춘 곳과 비교하면 아쉽겠지만 선생님이 마음에 쏙 드니까. 잘 한 소비다.
요즘은 그렇다. 무조건 싼 걸 찾는 시대가 아니다. 각자의 기준으로 영리한 소비를 한다. 좋은 품질을 원해서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든 가장 비싼 걸 고르거나 비슷한 가격대라면 웃돈을 주고라도 더 좋은 걸 원한다. 우리가 값비싼 상품을 원하는 만큼 돈은 더 강해질 것이고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돈을 꼽는 사람은 더 많아질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당연한 법칙이지만 걱정도 조금 된달까. 어디까지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있을지는 모호하기 때문이다.
돈이면 다 된다는 말을 생각해보자. 여기 돈과 법이 있다. 거대한 자본가가 법 위에 있다는 말을 인정하려면 법의 보호를 받는 사람은 없다는 말을 인정해야 한다. 어떤 보통 사람도 인정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요즘 시대는 법 위에 선 자본가를 나무라는 게 아니라 자본가가 되지 못한 사람을 패배자로 몰아가는 쪽이다. 돈 있는 사람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들도 그렇게 된 이유가 다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같은 노력을 해도 운과 상황이 따르지 않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누구든 운이 다해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돈으로 운을 살 수 있었다면 파산하거나 망할 일도 없을 텐데 그래도 돈이 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반드시 고쳐주겠다는 선생님의 마음을 읽었을 땐 내게도 선생님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무작정 가장 비싼 곳, 가장 근사한 곳을 골랐다면 그런 값비싼 유대감은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건 그 선생님이라 생긴 마음이니까. 계산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지만 더 괜찮은 세상이 오길 바라는 마음이 곳곳에 있는 것 같다. 다음 주에 첫 수업을 듣는다.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한 날들을 마주하기를. 돈 보다 더 근사한 것들이 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instagram
/@leeyunwoo
/@leewoooh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