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독서기록장 - 2017년 3권 '그리스인 조르바'
2017년 1월 22일 3권 _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 열린책들 / 소설
엄마가 언젠가부터 계속 했던 말이 '너는 왜 아직도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지 않느냐?'며
다 큰 성인이 그런 고전도 읽지 않느냐며 타박을 주곤 하셨다.
그렇게 이 책을 읽던 중 엄마한테 반문하고 싶었다.
대체 이 책을 왜 추천한 거야?
차라투스트라와 비슷한 그리스인 조르바.
완독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어떤 부분에서는 속도가 확확 붙어서 정신없이 읽다가도 어느 순간부터는 숨이 탁 막혀 억지로 읽는 부분이 있었다. 완독해도 그 느낌은 뭐랄까..고구마를 제대로 뭉개지 않고 목구멍에 넘겨 위로 녹이는 느낌.
니체의 차라투스트라와 비슷한 맥락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니체에 영향받았음을 말한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면서 동시에 초인을 찾아 떠나는 차라투스트라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래서 둘은 너무나도 겹치며.. 거침없는 조르바의 야만성, 본능적인 행동과 말들이 낯설지 않았다.
아마 차라투스트라를 읽지 않았다면 더 어렵고, 더 새로웠을 수도 있는 책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조금.. 와닿지 않는다.
조르바의 여혐...? 여자를 숭배하면서도 여자를 내리까는 모습과 말들.
처음에는 너무 저질스럽단 생각이 들고 일베가 연상되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묻고 싶었다.
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의 남자를 이렇게까지 추천했느냐고?
그런데 읽다가 든 생각이.. 일베가 당시에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일베 같은 여자혐오적인 습성, 내리까는 본능이랄까?남자는 원래 그런 것이 아닐까?
모두가 그렇다고 말할 순 없다.
단지 몇몇 남자들에게서 본능적으로 저런 성향이 있는 것일텐데.
1940년대에 발표한 소설에서 지금과 같은 성향이 나타나니 동서고금 막론하고 란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걸까.
비단 여혐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다고 하지만 고전을 보니 시공간을 뛰어넘어 그저 보편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질 지경이다.
사실 조르바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차라투스트라처럼 초인으로서의 조르바이다.
그런데 내가 유독 민감하게 집중했던 부분은 여자를 표현하고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들이다.
나머지는 차라투스트라에서 거진 봤던 부분 같아서 특별히 새롭지가 않았다.
그런 부분은 되려 니체가 확실히 한 수 앞섰던 거 같다.
그래서 그리스인 조르바는 남들이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으며 곱씹어볼만큼 나에게 와닿지는 않았다.
아마 10년 후에 보다 빨리 읽힐 거 같고, 그때쯤이면 차라투스트라를 다시 읽고 싶어질 거 같다.
나에겐 아직 어려운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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