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개월 전부터 '소식좌'라는 단어가 유행하는 것 같습니다.
먹방과 대식가의 반작용으로서 원래 잘 안먹어서 마른 연예인들을 재밌게 일컫는 말인데
유튜브 등에서 그들이 얼마나 음식에 관심이 없는지를 보고 대중들이 굉장히 충격을 받고 재밌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음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다이어트를 돕는 사람으로서 소식좌가 하나의 코드화된 것이 무척 반갑습니다.
최근 만난 고등학교 친구의 얘기를 적어볼까 하는데요. 이 친구는 고등학교 때도 살집이 좀 있었고 성인이 되어서도 체중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2년 전에는 우리 병원에서 삭센다를 처방받아 간 적도 있었구요. 그럼에도 청소년 비만때문에 체중의 하방경직성이 있어 웬만해서는 체중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이번 겨울에 별다른 약 없이 6kg 정도를 감량했다며 흥미로운 얘기를 해주었는데요. 바로 근처의 적게 먹는 사람들(소식좌)을 관찰하고 조금씩 따라해 봤다는 것입니다.
먼저 본인이 아는 소식좌들은 항상 자기들은 엄청 많이 먹는데 살이 잘 안찐다고 호소를 하지만 대식가 입장에서 봤을 때 그들은 전혀 많이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그들은 음식에 대체적으로 흥미가 없고 맛있는 것을 먹을 때의 희열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도 했는데요. 그래서 음식이 그저 생존수단에 가깝기 때문에 음식이 즐거움과 연결이 많이 되는 본인과의 가장 큰 차이점 같다고 했습니다.
또 소식좌들은 소화능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아서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약간의 과식으로 배가 많이 부른 상황을 굉장히 괴로워 하는듯 보인다고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전날 저녁에 과식을 하면 다음날 점심까지도 배가 고프지 않은 신기한 상황을 볼 수 있다는 것이죠.
한 번은 오후 3시에 결혼식이 있을 때 평소 같았으면 본인은 그때까지 안먹는 것을 상상도 못했을텐데 같이 가는 소식좌 친구가 아침을 굳이 먹을 필요가 있겠냐는 식으로 얘기해 본인도 한번 따라해 봤다고 합니다. 시간에 맞춰 의무적으로 챙기던 끼니를 생략할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경험해 본 것이죠.
또 야식에 취약했던 이 친구는 어떻게든 잠을 늘리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스트레스 받는 밤 10시, 평소 같았으면 입도 심심하고 해서 무의식적으로 비빔면 2개를 끓였을텐데 일부러 잠을 청했다고 하는데요. 처음에는 잠도 잘 안 오고 첫 2주는 굉장히 힘이 들었는데 2주가 지나고 적응이 되다 보니 그리 힘들지 않았고 이런 식으로 2달만에 6kg를 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진료중 많이 느끼는 것이 식습관이란 게 워낙 가정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본인과 본인가족 위주의 제한된 범주 내에서만 식단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소식좌 등의 밈(meme)을 계기로 아 이렇게 먹는 사람들도 있구나를 엿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식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