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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인연의 끈---------------

by 하일하기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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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대 덕분에 살아왔소.
비록 그 삶이 원했던 삶이 아니었더라도, 그렇게 살아왔소.
이건 그대도, 아마 그렇게 살아왔으리라 생각되어, 마음이 쿡쿡 아려 옵니다.
이 아린 마음을 그대는 어떻게 견디며 살아갔나요.
묻고 또 물어보고 싶습니다.


난 그대에게 사랑을 배웠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해 준 그대에게 고맙습니다.
그대가 나눠준 사랑이 없었다면
차디찬 세상 바닥을 딛고 견디기 힘들었리라 생각됩니다.
사랑을 받았기에 나눠주는 방법도 알게 되었고,
그 덕에 제법 온기를 품고 살 수 있었습니다.
이 많은 사랑을, 나에게 전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 사랑이 따지지 않은 깊은 사랑이었다는 걸,
나는 늦게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랑을 어떻게 하면 다시 전할 수 있을까요.
묻고 또 묻고 싶습니다.


난 그대 덕분에, 행복을 추억하며 살아가고,
그 기억 속에서 행복의 기준을 조금씩 정할 수 있었습니다.
나의 빛바랜 기억에 행복을 더할 수 있게 해 준 그대에게 고맙습니다.

나를 보고 웃어주던 그 미소,
날 배웅하던 아련한 손짓,
뒤에서 든든히 서 있어 주던 그대의 모습에 나는 행복했습니다.

그 기억이 점점 흐려지고 있습니다.
그대를 잊어버릴까,
기억에서 지워질까 두렵고 또 두렵습니다.
그대를 내가 완전히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면,
고마운 마음과 묻고 싶었던 말들을 어찌 전할 수 있을까요.
그것이 지금, 내 가장 큰 두려움입니다.

그대도 나처럼 두려웠을까요.

그랬나요.

이번 생에는 내가 비록 잘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받은 것에 비해 내가 많이 돌려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나중에, 나중에, 더 좋은 상황만 기다리다가
결국 너무 늦고 말았습니다.


나는 이제야 조금 알게 되었는데.


‘만약에’라는 단어로 애써 시간을 되돌려 보려 하지만,
그것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치만 정말 만약에,
만에 하나 우리 다시 만나 질긴 연의 끈을 이어 갈 수 있다면,
그 생에서는 덜 고생하고 덜 희생하며, 더 행복하고 더 사랑하며 살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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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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