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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엽여비소엽 Nov 21. 2015

짚어보기

나와 인연이 아닌 너





2014-8-26


충혈된 눈,


격앙된 목소리,


공격적인 제스처.


넌 내게 어떤 대답을 원하는 걸까?


정해져 있는 대답이 내 입에서 나오길 바란채


날 비참하게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는 너도 즐거워 보이진 않는구나.




뒤에서 날 욕해도, 이제 인사조차 하지 않는대도, 이젠 아무렇지도 않구나.


단지 너와 나는 조금 다른 세상에 살았던걸 알 수 있었을 뿐.




심증만으로 날 몰아붙이는 넌 어쩌면 날 그런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던걸 지도 모르겠다.


내입장에선 너의 행동은 황당하고  어처구니없지만,


내가 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내 잘못이 아니야. 내가한짓이 아니야. 이런 말을 네게 한들 어떤 의미가 있을까?


너 또한 네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위해 나를 적으로 몰아넣었을 뿐일 텐데.


내가 어떤 변명과 사실증명으로 이 지옥에서 벗어난다면, 네 분노 어린 화살은 방향을 잃게 되겠지.




네가 밉진 않아. 하지만 다시 보고 싶지도 않지.


그저 널 소중히 여기고 받아주는 세상에서 잘 지냈으면.


나도 날 싫어하는 사람보단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많기에.




괜찮아.








작위적으로 형성되는 인간관계는 없다.


시작이 누군가의 뜻대로 흘러갔다 한들, 끝도 그럴 리 없을뿐더러,


모든 건 어쩌면 복잡하게 얽힌 인연의 시나리오에 이미 적혀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단지 그렇다고 해서, 너무 힘을 뺄 필요는 없다.


사람의 마음은 모두 개성 있는 색깔과 모양을 가진 퍼즐과도 같기 때문에,


시간 속의 경험들에서 비롯된 퍼즐들이 모이고 모여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모습이 돼 있는 것.


퍼즐을 맞출 능력조차 없는 사람이 있고,


이상한 부분에 어울리지 않는 퍼즐을 끼워 맞춰 놓은 사람도 있으며,


단지 퍼즐 조각으로써 인연을 이용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누구를 나쁘다 말하겠는가?


그 누구를 굳이 내가 탓해야 하는가?


어차피 내게 험담을 퍼붓는 그대 역시


누군가에겐 소중한 사람이거늘.


자기 신념을 위해 남을 부수려 드는 게 안타깝다.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위해,


손에 잡혀있는 사람을 털어내려는 것이 안타깝다.


이미 자신도 알고 있을 텐데,


인연이 아닌 것이란 걸.


자기와의 인연이 아닌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잠시 외부에서 이유를 찾으려 한들,


그게 얼마나 갈까.


또, 그런 행위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도 존중받을 수 있는 일일까.




인연의 끊고 맺음에 힘써봐야 소용없다.


인연이 곁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인간관계라는 건  딱히 정해져 있는 게 없는 것 같다.


그 어떤 이유보다도,


서로의 퍼즐판에 알맞은 조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일 뿐이니.








『  사람들은 모두 노력하면서 살죠.


그 노력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


「Gravity, 2013 - 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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