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 차 : 비린내, 흐린 날의 고독

특별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은, 조용하게 별난 대학원생의 85일간의 제주산책

by 여현

비린내


산책을 나와 마스크를 내리는 순간, 오늘의 바다 내음을 가늠할 수 있다. 어제는 바닷물이 마를 때 나는 짠내가 났는데 오늘은 비린내가 심하다. 둘러보니 바위 해안에 검은 해초를 말리고 있었다. 미역인가? 바다 비린내 때문에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데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농축된 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

단단한 껍질을 가진 것들은 껍질과 그 안의 여린 살 사이에 바닷물을 품고 있다. 그렇게 바닷물을 마를 새 없이 품었던 여린 살에서는 체액과 짠내가 섞여 형용할 수 없는 비린내가 난다. 그 틈에는 까끌한 모래조차 섞여 있다. 그래서 나는 해산물 중에서도 어패류와 갑각류를 특히 싫어한다. 사실 먹으려고 하면 그 형태가 너무 선명하게 남아 있어서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반면 썰물 때 드러난 바위에서 나는, 말라가는 바닷물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그건 확실히 비린내와 다르다. 자주 햇볕에 노출되어서 그런 것일까? 파도가 지척이기에 오늘은 오히려 바다 내음이 멀다.



린 날의 고독


두부부침 하나로 행복한 점심 식사를 했다. 아니 아침 겸 점심인가? 아무튼 밥을 든든히 먹고 산책을 나가서 담장 밑까지 차오른 바다를 보며 한참 앉아 있었다. 노래와 파도소리를 들으며 바닷가에 앉아있으면 특유의 질감으로 일렁이는 물결을 따라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다시 언제나처럼 이른 저녁을 먹고 또 산책을 나섰다. 또 같은 담장에 올라 말라가는 바위와 새들을 바라보았다.


며칠째 해를 제대로 못 봐서인지 세상이 적막하고 외로웠다. 그래서 하루 종일 뭐라도 틀어놓고 지내고 나가서도 노래로 나만의 공간을 세상에 새겨 넣어야 했다. 그렇게 약간의 외로움은 소리로 만든 나만의 영토 속에서 이 한가로움을 더 깊이 있게 하는 고독으로 바뀌었다.

새를 따라 시선을 옮기고 나비를 따라 걸음을 옮기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저무는 흐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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