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일 차 : 붉은 소망

특별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은, 조용하게 별난 대학원생의 85일간의 제주산책

by 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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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소망


어제 본 노란 보름달이 해가 뜨기 직전까지 불그스름한 빛을 내며 서쪽 하늘에 걸려 있었다. 동쪽 하늘에는 붉은 해가 타오르고 서쪽 하늘에는 그 빛을 빌려 빛나는 달이 지고 그 사이에 호랑이섬이 웅크리고 누워있다. 여전히 이 모든 것이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보통은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데 오늘은 해를 보며 소원을 빌었다. 두 손을 맞잡고 눈을 감는다. 간절해 보이기 위해서인지 간절해서인지 알 수 없는 역사가 오래된 동작을 되풀이하며 소망했다. 어떤 소망이 그냥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건 너무 양심이 없는 것 같아서 노력하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어왔는데 요즘은 그냥 소소하게 이 시간들이 행복하기를 빌기도 한다. 매일매일 해가 뜨고 달이 뜨니까 소원도 그 순리에 맞춰 작고 짧게 빌면 보다 잘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솔직히 그런 기원 행위는 일종의 다짐이다. 스스로에게 하는 약속, 스스로에게 비는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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