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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a Aug 04. 2019

호모데우스 - 유발하라리 01

2017.12.05 필사


역사상 처음으로 너무 많이 먹어서 죽는 사람이 못 먹어서 죽는 사람보다 많고, 늙어서 죽는 사람이 전염병에 걸려 죽는 사람보다 많고, 자살하는 사람이 군인, 테러범, 범죄자의 손에 죽는 사람보다 많다. 21세기 초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을 가뭄, 에볼라, 알카에다의 공격으로 죽기보다 맥도날드에서 폭식해서 죽을 확률이 훨씬 높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18세기에 마리 앙투아네트는 굶주린 민중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했다는데, 오늘날 가난한 사람들은 이 충고를 문자 그대로 따른다. 비버리힐스에 사는 부자들은 양상추 샐러드와 퀴노아를 곁들인 찐 두부를 먹는 반면, 빈민가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트윙키 케이크, 치토스, 햄버거, 피자를 배터지게 먹는다. 2010년에 기아와 영양실조로 죽은 사람이 총 100만명 정도였던 반면, 비만으로 죽는 사람은 300만 명이었다.



설탕은 화약보다 위험하다



1998년 르완다가 이웃나라 콩고의 풍부한 콜탄 광산을 점령하고 약탈한 것은 납들할 수 있는 일이었다. 콜탄 보유고의 80퍼센트를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르완다는 약탈한 콜단으로 연간 2억 4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가난한 르완다로서는 큰돈이었다. 반면 중국이 캘리포니아에 침입해 실리콘밸리를 점령했다면 그것은 납들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중국인들이 그 전투에서 어떻게든 승리한다 해도, 실리콘밸리에는 약탈할 실리콘 광산이 없으니 말이다. 물론 중국인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굴지의 첨단기술 기업들과 협력해 그들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그들의 제품을 제조함으로써 수입억 달러를 벌었다, 르완다가 콩고의 콜탄을 약탈해서 1년동안 번 돈을 중국인들은 단 하루에 평화로운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다.



안톤 체호프는 “연극의 1막에 등장한 총은 3막에서 반드시 발사된다”고 말했다.



테러범들은 도자기 가게를 부수려는 파리와 같다. 파리는 힘이 없어서 찻잔 한개도 움직이지 못한다. 그래서 황소를찾아내 그 귓속에 들어가 윙윙거리기 시작한다. 황소는 공포와 화를 참지 못해 도자기 가게를 부순다. 이것이 지난 10년 동안 중동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사담 후세인을 축출할 수 없어서 911테러로 미국을 도발했고, 미국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대신 중동의 도자기 가게를 파괴했다.



성공은 야망을 낳는다. 인류는 지금까지 이룩한 성취를 딛고 더 과감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전례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들을 고려할 때,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다. 굶주림,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 다음에 할 일은 노화와 죽음 그자체를 극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극도의 비참함에서 구한 다음에 할 일을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인류를 건져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다.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과학은 장례식만큼 진보한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한 세대가 사라질 때 비로소 새로운 이론이 옛 이론을 뿌리 뽑을 기회가 생긴다는 뜻이다. 



모두 진화 탓이다. 우리의 생화학적 기제는 수없이 많은 세대를 거쳐오면서 생존과 번식의 기회를 늘리기 위해 적응했을 뿐, 행복을 위해 적응하지 않았다. 우리의 생화학적 기제는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유쾌한 감각으로 보상한다. 하지만 이러한 감각은 얄팍한 상술일 뿐이다. 우리는 배가 고픈 불쾌한 느낌을 피하고 기분 좋아지는 맛과 황홀한 오르가슴을 즐기기 위해 음식과 연인을 필사적으로 찾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맛과 황홀한 오르가슴은 얼마 못가고, 그런 감각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더 많은 음식과 연인을 찾아 나서야 한다.

어떤 희귀한 돌연변이에 의해, 땅콩 한 알을 먹으면 행복한 감각이 영원히 지속되는 다람쥐가 탄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기술적으로 다람쥐의 뇌 회로가 바뀌면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누가 아는가? 수백만 년 전 어떤 운 좋은 다람쥐에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을지. 하지만 그랬더라도 그 다람쥐는 지극히 행복할 뿐 아니라 지극히 짧은 생을 살았을 것이고, 그 희귀한 돌연변이는 그냥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행복에 도취해 배우자는 고사하고 땅콩하나도 더 이상 찾아나서지 않았을 테니까. 땅콩 한 알을 먹고 돌아서면 다시 배가 고픈 다른 다람쥐들이 오래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햇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정확히 같은 이유로, 우리 인간들이 그러모으는 땅콩(돈 많이 버는 직업, 큰 집, 잘생긴 배우자)도 우리를 오래 만족시키지 못한다. 



이것이 지식의 역설이다. 행동을 바꾸지 못하는 지식은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행동을 바꾼 지식도 곧 용도 폐기된다. 우리가 데이터를 더 많이 보유할수록, 역사를 더 잘 이해할수록 역사는 그 경로를 빠르게 변경하고, 우리의 지식은 더 빨리 낡은 것이 된다.



역사학자들이 과거를 연구하는 것은 그것을 반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에서 해방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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