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다양한 나를 스스로가 알고 있을까.
한 단어로 본인을 정하기란 참 쉽지 않기도 하다.
어린아이에게도 배울 점이 있듯이 우리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 장점, 단점, 강점, 약점, 애매한 점 등등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수많은 단어가 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나, 틈만 나면 멍을 때리는 나, 차를 좋아하는 나, 글을 좋아하는 나, 신 음식을 안 좋아하는 나 등등 자신을 나열하라고 하면 어찌어찌 대답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문득 멈칫하게 되는 '나'가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단점을 말해보라고 하면 머리로는 몇 가지 떠오르지만 입 밖으로는 차마 못 내뱉겠다. 그것을 말하면 마치 인정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 단점들은 꽤 치명적이라 어쩌면 나도 모르게 그것들을 꽤 오랫동안 외면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떤 한 가지를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고 살다 의도치 않게 또 그 일을 해버렸을 때 엄청난 자괴감과 참을 수 없는 스스로를 향한 화가 끓는다. 과거에 그럴 때는 그 일 자체를 생각하지 않거나 내 존재 자체를 부정했었다.
그거 나 아닌데?
그거 나 아닌데? 가 쌓이고 쌓여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이 커버린 그 모습을 맞닥뜨렸을 때의 괴로움은 이루 말하기가 어려웠다. 잠을 잘 수 없고, 자신에게 실망감이 들었다. 이 몸 하나조차 컨트롤하지 못한다는 것이 퍽 무능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럴 때는 보통 술로 도피를 한다거나 생각할 필요 없는 주제의 영상을 찾아 계속 보다 보면 잠깐 잊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 날은 달랐다. 그러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도 안 됐다.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조건 직면해야만 했다. 그래서 더 답답했다. 어떻게라도 이 감정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다음날이 더 괴로울 것이 뻔했다.
친한 오빠에게서 명상을 배웠었다. 옛날에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명상을 했었다. 명상을 하면 차분해져서 잠도 잘 자곤 했었는데 갑자기 떠올랐다. 침착되지 않는 마음을 붙잡고 명상 영상을 틀어 가로로 눕혀 앞에 두었다. 그리고 다리를 교차해 아빠 다리로 앉고 두 손을 양 무릎에 편히 올려두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띵---
소리로 명상을 시작했다. 차분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와 배경음으로 나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조금씩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빠르게 뛰던 심장이 조금씩 느려졌다. 명상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나도 나임을 인정하자. 이 모습도 나인 것을 받아들이자.
빠르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떨던 다리도 멈추었다. 아프던 머리도 어느새 아프지 않게 되었다. 내가 나임을 받아들이니 모든 것이 편해졌다. 그리고 이 일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날 지킬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것.
진정으로 나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 나를 좋게 대해줘도 내가 나를 나쁘게 대하면 나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나의 모습이든 그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주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더 이상 나를 외면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든든한 나의 편이 생긴 것 같았다.
어떤 모습이든 있을 수 있다.
부족하고, 못나고, 실수하고, 완벽하지 않는 나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매 순간 완벽하고, 전문성 있고, 똑 부러지는 모습만 있을 순 없다. 내가 나를 인정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미 스스로를 충분히 인정해 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