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겠다는 다짐 대신

by 유라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다짐이나 계획을 세운다.

나 역시 계획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나의 신년 계획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다.

이런 거창한 계획은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전까지는 새해가 되면 무언가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부푼 마음에 계획을 잔뜩 세웠다.

가장 많이 세웠던 건 다이어트, 다독, 부지런해지기 같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세워보는 신년 계획이다.

작년보다 더 나아진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하며 초반 하루, 이틀 정도까지 열심히 계획을 지키다 삼일 째가 되면 전부 무너져 작년으로 돌아간다. 스스로 실망하며 다시 시작하려도 해도 한번 틀어졌기에 다시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하며 작년처럼 똑같이 살았다.

이미 물이 엎질러져서 잘 산다는 계획이 실패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계획을 세우지 않게 되었다. 잘 산다는 기준이 애매해졌다.

'잘 산다'는 말은 무엇일까? 각자가 대답하는 것이 다를 것이다. 그래도 많이들 공통점으로 얘기하는 말들이 있다. 그것이 진정으로 잘 사는 것일까? 누군가는 잘 산다고 생각하겠지만, 누군가는 잘 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그 잘 산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돈을 많이 벌면 잘 사는 것인가? 운동을 매일 하면 잘 사는 것일까? 남들보다 무엇인가를 잘하면?

작년보다는 더 나은 내가 되면, 작년의 나를 이기면 잘 사는 것인가?

새해가 시작됐다는 이유만으로, 벌써 스스로를 피로하게 만든다.

뭘 더 해야 하고, 어디를 가야 하고, 무언가를 느껴야 잘 사는 것이 맞는 걸까. 어떤 사람은 하늘 보기, 빨래하기, 반년에 책 한 권 읽기가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옛날에 '나의 장례식'이라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출연자는 본인의 유서를 쓰고 관 안에 들어가 장례를 치르는 것처럼 실제로 관도 닫는다. 그 영상에는 사람이 3~5명 정도 나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유서를 쓰며 울었다. 그리고 느낌을 공유하는데 진짜로 무언가 새로 시작하는 느낌? 제2의 인생이 주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영상을 꽤 흥미롭게 봐서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혼자 속으로 나의 장례식을 치를 때가 있다. 그것이 새해든 아니든 상관없다. 하고 싶을 때 스스로 생각한다. 그러면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

환경은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고, 문제는 그대로 있는데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 문제를 가져와 풀기 위해 여러 방법을 생각해 본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그 문제가 풀린다.

물론 아무리 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도 있다. 그러면 풀릴 때까지 진행한다. 문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몇 개월 또는 몇 년짜리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그 프로젝트가 끝나면 스스로에게 작은 선물 같은 것도 준다. 소비를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스스로에게 주는 상은 아무 걱정 없이 누워 있는다. 그러면 잠도 자고, 핸드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좀 더 어려운 프로젝트를 끝냈다면 눕기 전에 배달 음식을 시키기도 한다.

그랬더니 원할 때는 언제든지 새로운 기분을 맞볼 수 있다. 대신 자주 쓰지는 않는다, 감정적으로 버거우거나 힘들 때 가끔 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효과가 있어 잘 쓰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칭찬을 듣기가 더 힘들다. 잘하는 것이 당연하고, 못하면 나이가 있는데 이것밖에 못하냐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내가 나를 더 챙겨야 한다. 나의 선생님, 나의 부모님이 되어줘야 한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선생님과 부모님의 공통점이 있다.

제자나 자식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스스로가 선생님과 부모님이 되어 지켜줘야 한다.

이것 또한 쉽지 않다. 너무 어렵지만 시도를 계속해본다.

하루, 이틀 조금씩 늘려나가다 보면 조금은 정말 아주 조금은 그래도 편안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올해의 잘 살겠다는 계획도 없다.

잘 살고, 못 살고에 대한 자신의 답을 만들면 된다. 그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내가 넘어지면 일으켜 세우기보다는, 옆에 누워 함께 있어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

끝까지 나를 놓지 않는 쪽으로 천천히 데려가야지.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