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는 척이 습관이 된 사람

by 유라

괜찮아? 잘 지내고 있어?

응, 당연하지.


생각하지도 않고 잘 지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잘 지내는 척은 어느 순간부터 선택이 아니라 몸에 밴 습관이 되어있다. 나도 이런 경우였는데, 생각해 보면 당시에는 부정적인 감정을 나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감정은 하나의 약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누군가에게 내 진짜 감정을 고백하면 떠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힘들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는데, 처음 듣는 나의 고백에 모두들 놀라곤 했다. 그러면서 보통 듣는 말은 이랬다.

항상 웃고 있어서 그런 힘듦이 있는지 몰랐어.

친구들을 만나면 상대방을 위해 항상 웃었다. 힘든 일이 있다고 정색하고 찡그리면 예의가 아니니까. 무표정으로 있기도 어려웠다. 내가 무표정일 때 친구들은 항상 무슨 일 있냐고, 화가 난 것 같아 무섭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언젠가부터는 계속 웃고 다녔다.

지금은 굳이 웃으려고 하지는 않지만, 어렸을 때부터 습관이 돼서 그런지 그냥 계속 웃고 있다. 그게 마음이 더 편하기도 하고. 요즘은 다들 바빠 자주 만나지 못하니 오랜만에 만나면 좋아서 항상 웃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몰랐다. 얼굴은 웃고 있는 동안 안은 썩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통 밖에서는 웃으면서 활발하게 사람들을 대하지만, 집에 들어오면 웃지도 않고 조용히 있는다. 말도 하고 싶지 않아서 동영상을 자기 직전까지 틀어놓는다.

마음이 허한 느낌이 들어 배가 고프지 않아도 자꾸 먹을 것을 찾게 된다. 그것들은 보통 몸에 좋은 거라기보다는 아주 맵고, 자극적이어서 먹고 자면 얼굴이 팅팅 붓는 류의 음식들이다. 짧은 시간에 마음을 풀어주는 그 음식들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커피도 마시지 않고 하루를 보내지만 침대에 누우면 잠이 오지 않는다. 눈은 잠을 자고 싶어서 어느 순간을 넘으면 시려지기 시작하는데 뇌는 무슨 미련이 있는지 나를 재우지 않는다.

남들에게는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아껴주지 않고 멋대로 행동한다.

그에 대한 벌을 받는 건지, 몇 주 전부터 계속 몸이 아프다. 일을 하다 쓰러지더니 지금은 목감기, 코감기로 엄청나게 고생 중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아껴주자고 했으면서 정작 이렇게 아프니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다. 그저 하루를 치워내는데 급급할 뿐.

아마 나는 잘 지내는 척을 너무 오래 해온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힘들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 전에 먼저 웃는 얼굴부터 꺼내는 사람이 되었고, 괜찮다는 말로 나 자신을 가장 먼저 속이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는 안다. 계속 웃고 있었다고 해서 그 시간이 괜찮았던 건 아니라는 것을.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자서 다 감당해 온 시간은 생각보다 몸에 오래 남는다는 것도.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잘 지내는 척을 잘 해내는 사람이 아닌, 잘 지내지 못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웃지 않아도 되고, 괜찮지 않은 날이 있어도 되는 사람.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괜찮다는 말을 너무 쉽게 꺼내는 사람이라면, 오늘만큼은 그 말을 조금 늦춰보는 것은 어떨까.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잘 지내지 못해도 당신은 이미 충분히 애써왔다고.

오늘은 그 사실 하나만 기억해도 되는 밤이었으면 한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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